희망편지-기분 좋은 뉴스 없나요

입력 2005-03-14 11:09:18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요즘 들어 "교육과 관련된 뉴스 가운데 기분 좋은 게 없다"는 얘기를 흔히 듣는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수능 부정, 학교 시험 비리 등의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뉴스를 전달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입맛이 쓴 소리다.

일어난 사건이나 불거진 문제점이야 읽는 이의 기분에 관계없이 꼭 뉴스로 만들어야 하지만, 스스로 뉴스를 생산해내는 기관들을 보면 왜 저러나 싶은 때가 적잖다. 그리 치밀하지도, 분석적이지도 않은 통계 수치를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보도자료랍시고 내놓아 갖은 억측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원인도 뚜렷하지 않은 사실이 해가 갈수록 더해진다고 자못 심각한 얼굴로 발표하는 걸 보면 어떤 고약한 의도가 숨어있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

가령 지난 주 대부분의 언론들은 '강남 일반계 고교의 대학 진학률이 73.2%로 서울의 평균치 77.2%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인으론 "명문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했거나 해외 유학을 갔기 때문인 것 같다"는 교육청 관계자의 불확실한 코멘트를 제시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대학 입학 정원이 수험생 수보다 많은 요즘에 이 같은 통계를 아직도 집계' 발표하는 서울 교육청의 구태의연함이 놀랍다. 대학 진학률이라면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정도는 구분해야 하고, 미진학자에 대해서는 적어도 불합격 몇%, 합격 후 입학 포기 몇%, 해외 유학 몇% 등으로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시골 무명 고교가 대학 진학률 100%라는 쾌거를 거뒀다'는 기사가 흔한 때니 말이다.

교육청의 발표건, 언론의 해석이건 강남이라면 뉴스가 된다는 발상도 놀랍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73.2%일 뿐 강남으로 통칭되는 서초구는 81.2%, 송파구는 79.8%로 평균보다 훨씬 높다. 이를 굳이 강남 전체의 현상인 양하고 강북과 비교까지 하는 무모함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에 이어 나온 통계청의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분석 결과 뉴스도 오십보백보다. '가구주의 학력이 높을수록 과외비 지출이 많아 빈곤의 대물림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04년엔 초등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가구주 간의 과외비 지출 격차가 13배까지 벌어졌다는 섬뜩한 통계까지 제시한다.

그러나 도시근로자라는 제한된 집단에서 학력에 따라 획일적으로 과외비 평균치를 구해 단순 비교한 자료를 발표하는 통계청의 의도는 무엇인가. '빈곤의 대물림'이라는 자의적 해석까지 담아 쓰는 언론의 양태는 과연 합당한가. 해마다 이런 뉴스를 발표함으로써 국민에게 '많이 배운 사람이 자식을 더 위한다'거나 '과외비를 많이 쓰면 부유해진다'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은연중에 주입시키는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이런 분위기라면 애당초 기분 좋은 교육 뉴스는 기대하기 힘들지 모른다. 정부기관의 보도자료마저 이런 판이라면 사설기관들의 그것에야 얼마나 많은 의도와 노림이 숨어 있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젠 오히려 짜증스러워도 좋으니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있는 뉴스를 더 반가워해야 할지 모른다. 국민을 위하고,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숫자 하나에까지 배어든 뉴스라면 어떤 내용이든 속은 시원하지 않겠는가.

김재경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