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경주 발전방안은 "산학관 협력모델 만들자"

입력 2005-03-14 08:58:27

경주시민들은 현재의 경주를 '위기'로 보고 있다.

각종 국책사업에서 잇따라 배제되면서 '신라 천년 고도'의 명성에 기대어 버티기에는 한계상황을 맞았다.

이 같은 분위기 타개를 위해 경주시장과 상의회장 및 지역의 4개 대학 총·학장들이 지난 9일 오후 경주시장실에서 만나 새로운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2만 명의 학생을 보유한 지역 대학을 발전의 교두보로 삼자"며 전국 최초로 '산·학·관 대표자 협의회'를 결성,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동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시: 2005년 3월9일 오후 3시

장소: 경주시장실

참석자: 백상승 경주시장, 황대원 경주상의 회장, 김일윤 경주대 총장, 한재숙 위덕대 총장, 김영길 동국대 경주캠퍼스 부총장, 정두환 서라벌대 학장

사회: 박준현 매일신문 동부지역본부장

-지역발전을 위해 대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시장께서는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백상승=인구 30만 명의 중소도시 경주에 4개 대학이 있다는 것은 자랑거리이고 지역 잠재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대학은 경주의 '싱크탱크'이면서 큰 소비력을 가지고 있어 경제적 연관성도 큰 편이다.

따라서 시는 대학의 요청사항을 최우선으로 수용하고 시정에 반영하겠다.

지역인재 육성 차원에서 장학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학 측에서도 지역에 기여할 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한재숙=지역 대학의 현주소를 말한다면, 잠재력은 크지만 실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위덕대는 우선 최근 수년간 교류가 크게 늘어난 중국과의 연계성을 확대하려 한다.

중국 교육부 등과 협의해 중국 유학생을 집중 유치, 한-중 학생교류의 모범 모델을 보여주겠다.

중국어 등 어학교육원을 활성화해 관광도시 경주 발전에 기여코자 한다.

▲김일윤=지역에 대학이 4개나 있는데도 경주 인구가 계속 감소 추세인 데는 대학의 책임도 있다.

지역 대학의 등록금 수익과 학생들의 생활비 등을 합쳐 대학에서 지역에 소비하는 경제규모가 월 평균 130억 원 정도다.

대학이 웬만한 기업보다 더 큰 경제활력소가 되고 있다.

경주대는 학교의 각종 시설을 지역민과 지역 기업에 개방하고 교수진 등 인재도 지역에서 필요하다면 제공하겠다.

대학과 산업계 및 행정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지역개발 프로젝트도 만들겠다.

▲김영길=동국대는 최근 경주 캠퍼스를 문화·한국학, 관광, 산업인력 양성 특성화를 골자로 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했다.

이 계획에 따라 한국학과 관광경영, 호텔경영학과 등에 집중 투자를 통해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대학을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겠다.

도서관, 체육관, 사회문화교육원 등을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려고 준비 중이다.

▲정두환=전문대학은 나름대로 고유 영역이 있다.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 대학은 '웰빙'을 대학운영의 중요 키워드로 삼아 친환경 농업단지를 만들어 재학생들에게는 실습장으로 활용하고 졸업생들에게는 취업의 기회를 부여하겠다.

4, 5월 중에 관광과 교육분야를 중심으로 한 웰빙관련 프로그램도 제시하겠다.

엑스포 등 각종 지역 축제나 홍보관련 행사 도우미는 우리 학교가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

-상공계에서도 지역대학 출신 우선 채용 등으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나.

▲황대원=2, 3년 전부터 일부 지역대학과 기업 간 협력체제가 구축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그다지 크지 못하다.

대학이 기업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기업과 대학 간 교류활성화를 통해 채용과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 자리를 계기로 연구해 볼 수 있다.

-자치단체가 지역 대학에 바라는 점도 있을 텐데.

▲백상승=지금까지 경주시는 대학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용역을 처리해 주고 수시로 자문도 응해 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

다만 그동안 행정이 먼저 부탁하고 대학이 응해주는 체제에서 이제는 순서를 가리지 않고 대학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행정이 수용하는 적극적인 관계로 변모해야 한다.

한마디로 대학이 자치단체를 활용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대학이 자치단체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김일윤=시장님 생각에 동의하지만 행정 역시 적극성을 키워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행정도 지역대학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치단체가 교수진도, 연구실도, 논문도, 기자재도 모두 갖다 써야 한다.

지역 행정 관청이 지역대학(지방대학)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느낄 때가 있다.

열린 시각으로 지역 대학을 보고, 연구용역 같은 사항도 지역 대학을 우선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

이 같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행정 및 산업계 대표가 참여하는 공동협의체 구성을 제의한다.

▲한재숙=김 총장님의 말씀에 동의한다.

위덕대도 지역 밀착형으로 운영하고 성장시키겠다.

대학 근처 강동면이나 안강읍 지역 특산품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행정기관에서 지원해야 한다.

경주 시내 버스 터미널에서 우리 대학까지 교통이 불편하다.

경주시가 대책을 세워달라. (백 시장은 좌담회 끝부분에 버스노선 확장이나 연장 등의 방법으로 불편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

▲정두환=웰빙산업을 활성화하고 관련 인재 육성을 위해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나중에 요청이 있을 경우 시에서 시유지나 국유지 임대알선 및 관련 행정서비스를 강화해 주면 좋겠다.

또 떡 축제나 관광엑스포 등 행사 시 인력이 필요하면 대학 측에 요청하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대학을 사회 기여와 역할이 따르는 '로드 스쿨(Road School)'로 운영하겠다.

-상공계는 지자체와 대학에 어떤 주문을 하고 싶나.

▲황대원=민원이나 법 테두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도시계획 운용을 기업의 입장에서 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싶다.

사문화된 규정이나 계획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

(이 문제에 대해 백 시장은 현황을 파악해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대답했다.

)

또 외동공단은 물론 현재 조성중인 천북공단 종사자들이 자녀 교육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기업체는 늘어나는데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이유가 학교부족 및 통학불편 때문이다.

지역 대학이 앞장서 외곽 공단 근처에 초·중·고교를 설립하거나 특목고를 설립할 용의는 없는가. ( 이 부분에서 위덕대 한 총장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한 총장은 학교설립 절차를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

▲백상승=위덕대나 서라벌대학이 웰빙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 특산품을 개발하면 시가 앞장서서 상품화 및 판로 개척에 나서겠다.

행정지원도 돕겠다.

또 상공계의 애로도 수용하겠다.

불편부당한 규제나 제도가 있다면 고쳐 나가겠다.

-산·학·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은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김일윤=이런 논의가 예전에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행정과 경제계, 대학 모두 열린 마음으로 현안을 그때그때 논의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협의체 구성에 합의를 하면 어떨까.

(이 말에 참석자 모두가 동의했고, 각 기관별 실무 대표자들로 실무협의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운영방안 등을 마련키로 했다.

참석자들은 또 공동선언문을 작성, 조만간 발표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

한편 백상승 시장은 좌담회를 마치며 지역 대학 육성을 위해 특정 분야 전문가 중심의 별정직 공무원 채용 시 지역 대학 출신을 우선 채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대학 총학장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정리·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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