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원 한국 공짜 외유 파문 확대

입력 2005-03-12 10:20:24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후원한 미국 하원의원들의 한국 공짜 외유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11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01년 8월 의원 윤리 규정을 위반, 한국을 공짜 여행한 톰 딜레이(텍사스) 미국 하원 공화당 원내 대표의 윤리위 회부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 회장의 대미 창구인 한미교류협회의 이사로 일해왔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키신저는 한미교류협회가 외국 정부나 정치 단체를 위한 에이전트로 등록된 사실을 몰랐다고 그의 보좌관이 전했다.

키신저는 서울 방문 중이던 지난 3일 저녁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김 회장과 만났었다.

한미교류협회의 다른 이사 가운데는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풀너 이사장이 있다.

딜레이 의원의 윤리위 회부 문제는 공화당이 장악 중인 하원이 지난 1월 10명의 윤리위원들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조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 윤리위를 폐쇄한 채 규정 원상복구를 위해 공화당과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과 맞물려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에는 윤리위 위원들이 윤리심사 여부를 놓고 5대 5로 갈릴 경우 자동적으로 심사를 개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선거 승리 후 공화당은 자당 소속의 윤리위위원 3명을 충성파로 교체하고 윤리 심사 규칙까지 바꿈으로써 공화당 의원 중 1명이라도 가세하지 않는 한 민주당만으로 윤리 심사를 개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이번 워싱턴 포스트에 의해 집중 보도된 딜레이 의원 등 공화당 의원 3명 외에도 지난 2003년 11월 엔니 팔리오마바에가 (미국령 사모아), 제임스 맥더모트(워싱턴),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 등 3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공화당의 존 카터(텍사스) 의원도 마찬가지 케이스여서 민주당 측이 이번 공짜 한국여행 파문을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심지어는 하원 민주당 원내 대표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의원의 보좌관도 포함됐다.

팔리오마바에가, 맥더모트 의원의 경우 지난해 10월 워싱턴을 방문한 김 회장과 다시 만난 사실까지 있다.

이에 대해 펠로시 의원은 "개정 윤리 심사 규칙은 쿠데타"라면서 이를 원상회복하기 위한 결의안을 마련 중이며, 딜로이 의원 케이스는 반드시 윤리위원회가 조사를 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앞서 딜레이 등 공화당 하원의원 3명이 '김 회장이 한·미 관계의 주요 인물인 것으로 보이도록 도와주기 위해' 공짜 한국 여행에 참가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이날 공화·민주 양당에서 최소한 7명이 더 같은 여행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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