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식민지배 왜곡 노골화'..교과서분쟁 재현될듯

입력 2005-03-12 09:34:36

日우익 개정판 교과서…'침략사관' 적극 합리화

일본 극우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이 개정판 중학교 역사·공민 교과서를 만들면서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를 합리화하는 역사왜곡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과서에는 "일본은 러시아의 침략을 막으려고 조선의 근대화를 도왔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001년 '새역모'의 역사 왜곡으로 촉발된 우익교과서 파동에 이어 다시 한번 일본 교과서를 둘러싼 양국간 외교적 마찰이 재현될 전망이다.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는 11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역모가 문부성에 제출한 역사·공민교과서 신청본 내용을 입수해 공개하고 "2001년판보다 훨씬 개악된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새역모의 역사교과서 신청본에는 '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일본'이라는 소제목으로 "부동항을 찾아서 동아시아로 눈을 돌린 러시아의 지배하에 조선반도가 들어간다면 일본을 공격하는 절호의 기지가 되고 섬나라 일본은 자국의 방위가 곤란해진다고 생각했다"며 한반도 침략을 합리화했다.

새역모는 "그래서 일본은 조선 개국 후 조선의 근대화를 원조했다.

조선에서도 시찰단이 오고 명치유신의 성과를 배우려고 했다"는 내용으로 식민지배를 작위적으로 설명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청조를 조선의 독립과 안위를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 설정하고 일본은 이를 막기 위해 오히려 조선의 근대화를 도왔다는 어이 없는 역사 왜곡을 저지른 셈이다.

신청본에는 또 당시 조선을 '청조의 복속국', '청조 최후의 조공국'이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역사교육연대는 "1976년 강화도 조약을 개항통상조약으로 기술해 이 조약이 청조에 복속된 조선을 지배에서 독립시키고 근대화를 도운 것으로 상정했다"며 "이는 2001년판보다 더 노골적인 서술"이라고 지적했다.

한일합방에 대해 새역모의 역사교과서는 "일본의 안정과 만주의 권익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의 합병이 필요했다"며 "구미열강은 자국의 식민지 지배를 일본이 인정하는 대신에 일본의 한국병합을 인정했다"고 스스로 '면죄부'를 줬다.

또 "한국합병 후 설치된 조선총독부는 철도 항만 시설 정비, 토지개혁을 시작해 근대화에 노력했다"며 조선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일관된 침략사관을 버리지 않았다.

강제징병에 대해서도 2001년에 비해 분량이 축소됐긴 했지만 새역모는 악의적인 왜곡을 서슴지 않았고, 2001년판과 마찬가지로 종군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아 종군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새역모 교과서는 "조선반도에서는 일중전쟁 개시 후 일본식 성명을 사용하게 하는 것을 인정하는 창씨개명이 행해지고 조선인을 일본인화하는 정책이 진행되었다"고 기술해 2001년판에는 있었던 강제적인 창씨개명을 교묘히 피했다.

또 "징병이나 징용이 조선이나 대만에도 적용되어 다수의 조선인이 일본의 광산 등에서 가혹한 조건 아래 일하게 되었다"라며 강제징용에 대한 반발을 적시하지 않아 마치 전시에 한국인이 자발적으로 협력한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오히려 이들은 '공습의 피해'라는 단원을 새로 넣어 1945년 3월 도쿄 대공습과 미국의 오키나와 상륙에 따른 일본인의 피해만을 부각하고 당시 함께 희생된 최소 1만 명 정도의 한국인 피해는 철저히 무시했다

새역모는 근대사뿐 아니라 고대사 부분에서도 한국이 중국의 종속국이거나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의 왜곡된 내용을 교과서에 실었다.

새역모는 "4세기 초 신라가 백제를 공격하자 백제는 야마토 조정에 도움을 요청해 백제를 도왔다"며 "6세기 대두된 신라가 백제를 압박해 야마토 조정은 조선으로 출병했는데 이때 임나(加羅)라는 지역에 거점을 둔 것으로 여겨진다"고 기술했다.

이들은 '대방군'을 설명하면서 "중국 왕조가 조선반도에 설치한 군(郡)으로 중심지는 현재의 서울 근처"라고 적었는데 대방군의 중심지는 황해도 봉산지역에 있었다는 게 통설이어서 이를 굳이 쓴 것은 한국사가 중국의 곁가지였음을 주장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고 역사교육연대는 밝혔다.

역사교육연대는 "새역모는 2001년 채택률 0.039%라는 참패를 만회하고 한국내 반발을 무마하려고 세련되고도 교묘하게 역사를 왜곡, 결과적으로 2001년보다 더 위험한 교과서를 만들어냈다"며 "한국은 물론 중국 정부도 이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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