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시절 그만 뒀던 마라톤 재개해야죠"

입력 2005-03-11 13:22:05

퇴임한 김병일 전 예산처장관 공직으로 미뤘던 일에 분주

지난 1월 26일 후진들을 위해 기획예산처장관 직에서 용퇴했던 김병일(金炳日) 전 장관은 요즘 '백수삼매'에 빠져 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지 불과 한달반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김 전 장관의 얼굴에서는 즐거움이 넘쳐흘렀다.

공직생활을 하느라 자주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의 모임이 이어지고 있고 장관시절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기에 앞서 자택주변의 분당산책로에서 조깅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때보다 더 조심하려고 한다"면서 "지난해 공백이 있었던 데다 기본체력도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몇 개월 준비한다고 해서 뛸 수 있는 만만한 운동이 아니라는 것. 165cm에 52kg 안팎의 깡마른 체격이지만 마라톤을 시작한 지 3년여 만에 7번씩이나 풀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던 그로서는 의외의 말이다.

김 전 장관은 이제 인생의 마라톤을 새롭게 준비하는 셈이다.

상주가 고향인 그는 지난 71년 행시 10회로 공직을 시작한 이래 경제기획원에서 청춘을 보내고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차관, 금융통화위원을 거쳐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말부터 기획예산처 장관까지 지냈다.

34년간의 공직생활 이후 처음 쉬어보는 휴식인 셈이다.

"요즘 생활에 만족하고 또 바쁘다"는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공직에 있는 동안 하고 싶었으나 못했던 일들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백수'로서의 세번째 즐거움은 공부다.

서울대 사학과를 나온 역사학도답게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과 '뿌리회' 등 2개의 역사탐방 동호회를 지켜온 그는 본격적인 역사기행에 앞서 한문공부에 나섰다고 한다.

'뿌리회'는 조선시대의 명문가들을 연구하는 모임으로 저명한 사학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조선시대의 명문 후손들이 조상을 기리는 모임이 아니라 그때의 훌륭했던 조상들을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도 본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장관시절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예산총액배분 자율편성방식(톱다운제) 도입'과 '중기재정계획 수립'을 꼽았다.

도입당시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제도로 우리나라의 예산편성방식은 선진국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수장으로 1년여 동안 호흡을 함께 해온 이헌재(李憲宰) 전 경제부총리의 중도하차에 대해서는 "공직이란 게 참 어려운 자리"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대신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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