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히는 사슬…보험 고객만 '봉'

교통사고, 재해를 위장해 불법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단이 설치고 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약관을 교묘히 만들어 '고지, 명시의 의무'를 저버리는 보험업자의 소비자 우롱도 도를 넘고 있다.

▲보험회사는 봉(?)인가.

대구 서부경찰서는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5차례에 걸쳐 ㅅ화재, ㅇ화재 등 6개 보험회사로부터 차량수리비, 보상금, 병원비 등으로 1억3천만 원 상당을 빼낸 혐의로 한모(23·서구 비산동), 구모(23·북구 고성동)씨 등 33명을 붙잡아 상습적으로 가담한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해 5월 1일 추돌사고를 위장해 차량을 고의로 파손하고 병원에 입원하는 방법으로 사실조사를 나온 보험 담당자를 속여 62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또 한씨는 지난해 2월 7일 오후 6시쯤 대구 서구 평리동 신평리네거리에서 구씨와 짜고 한씨의 그랜저 승용차를 구씨의 렉스턴 승용차로 추돌한 후 마치 가담자 4명 전원이 피해자인 것처럼 속여 ㅅ상해보험사로부터 600여만 원을 받는 등 상습적으로 보상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사기단이 거쳐간 병원, 정비공장 등을 상대로 결탁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해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타낸 사기건수는 1만6천513건으로 전년(9천315건)에 비해 77.3% 증가했다. 보험 지급액도 전년(606억 원) 대비 112.9%(1천290억 원) 늘었다. 사기 유형별로는 △운전자 바꿔치기 5천29건(30.5%) △보험사고의 피해과장 2천789건(16.9%) △고의보험사고 2천203건(13.3%) △사고차량 바꿔치기 979건 △사고 가공 849건 등의 순이었다.

▲고객만 끌어들여라

지난 2월 중순 한 생명보험사에서 3년 만기 생명보험금을 탄 박모(34·수성구 만촌동)씨는 보험료가 예상보다 50여만 원 적은데 의심을 품고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재테크 보험으로 만기 3년을 채우면 원금에 이자까지 찾을 수 있다고 해 가입했는데 보험금이 왜 이리 적냐'고 따지자 회사 측은 보험약관을 들먹였다. '30만3천 원 중 일정 부분은 위험보험료로 파악해 회사에서 적립하거나 다른 사업에 투자하고 고객의 보험료는 처음부터 27만여 원만 적립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씨는 위험보험료에 대한 약관을 요청해 보니 보험설명표에 깨알 같은 글씨로 단 한 줄이 전부였다. 당시 보험설계사를 찾았지만 이미 그만두고 없었다.

보험설계사 송모(52·여)씨는 "보험계약시 약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시간도 들을 시간도 부족하고 관심도 없어 오해와 피해가 생기는 것 같다"며 "요즘에는 CD로 약관을 만들어 고객이 스스로 약관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소비자연맹 대구지회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보험 약관을 꼼꼼히 챙겨보지 않은 고객의 책임을 묻는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