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일부 폐광 카드뮴 오염 수치 높다

입력 2005-03-10 11:49:18

영남대 의대 사공준 교수 조사…환경오염·지반침하도 잇따라

한 시절,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광맥이었던 석탄·금속광산지대.새로운 대체 에너지가 나오고, 중국산이 몰려오면서 대부분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무차별적으로 파먹기만 하고 내버린 폐광지대는 하나같이 환경 오염, 인체 중독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 인체 중독

영남대 의대 예방의학과 사공준 교수가 2001년부터 3년간 군위 소보면 수철 등 도내 3개 폐금속광산 인근 주민들(총 258명)을 상대로 납과 카드뮴의 요중 및 혈중 농도를 조사한 결과 폐금속광이 없는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독시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킬 수 있는 카드뮴 경우 지난해 논란에 휩싸인 경남 고성의 폐금속광산 주민보다 높게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공 교수는 "인체내 중금속 농도를 장기 조사한 경우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폐금속 광산 지역 주민들의 평균 요중 카드뮴 농도(2.79㎍/g Cr)는 대조 지역(1.62㎍/g Cr)보다 두배 가까이 됐으며, 혈중 납 농도(5.37㎍/㎗) 또한 대조지역(4.34㎍/㎗)보다 높았다.

특히 지난해 이타이이타이병 논란이 벌어진 경남 고성지역은 주민 102명 중 요중 카드뮴 농도가 3.0 ㎍/g Cr를 초과한 주민이 23명인 반면 수철지역은 111명 중 5.0 ㎍/g Cr이상 주민이 29명이었다. 수철 주민 중 혈중 납 농도가 가장 높은 사람(18.33㎍/㎗)은 납이 많이 발생하는 금속 공장의 근로자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수철 주민들은 산자부의 광해(오염) 방지사업 이후에도 중금속에 계속 노출된 상태다.사공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질병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며 "하지만 향후 질병 발생 가능성에 대비, 도내 모든 폐금속광산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중금속 오염 여부를 정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 환경 오염

경북도의 폐광산 자료와 취재팀이 시·군에 직접 확인한 결과 도내 폐금속 및 폐탄광은 모두 118개. 이중 취재팀이 지난 2일부터 5일간 둘러본 봉화, 영양 등 6개 시·군의 13개 폐금속 및 폐탄광은 대다수 '오염덩어리'였다. 납, 아연 등을 주로 캔 폐금속광 경우 폐광 수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화를 하지 않은 폐수와 갱내수를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또 상당수 폐금속광은 환경 오염의 주범인 광미(중금속을 함유한 광석가루) 더미를 노천에 아무렇게나 버려두고 있다.취재 결과 이들 폐수와 갱내수는 모두 소하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도내 폐금속 및 폐탄광 118개 대부분도 낙동강 인근의 산악지대에 몰려 있다.

정부는 폐광의 각종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90년대 후반부터 경북에 248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폐수 발생은 달라지지 않고있다. 곳곳에서 지반 침하 및 함몰도 일어나고 있다.

문경시 가은읍 왕릉3리 채승림(44.여)씨 집. 대문 입구부터 집 안 끝까지 바닥은 모두 갈라졌고, 최근 1년새 지하 수도배관도 두 번이나 터졌다. 자꾸 내려 앉는 대문은 굵은 각목으로 받쳐 놨다.마을 150가구 350여명의 주민들은 채씨처럼 25년째 지반붕괴 위험을 호소하고 있다.

가은읍에 따르면 '땅이 꺼진다'는 주민 제보만 현재 50가구가 넘고 있다. 취재팀이 확인한 지반 침하 및 함몰 폐광산만 봉화 금호, 의성 옥동, 문경 은성, 영양 일월 등 4군데다.

기획탐사팀=이종규·이상준 기자 문경·장영화기자

사진 : 토양, 수질 등 각종 환경오염의 주범인 폐광 광미(중금속을 함유한 광석가루) 더미가 아무런 가림시설없이 노천에 쌓여있다. 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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