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쟁점이다-서대구시장 하수도 증설공사

입력 2005-03-09 08:50:03

서대구 시장상인들과 구청이 하수도 증설공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상인들은 공사가 강행되면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반대하고 있는 반면 구청 측은 상습침수지대인 이 일대를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덕진 달서구청 건설과 하수팀장

"10년, 20년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공사입니다.

3개월 정도만 참아주십시오."

김덕진(47) 하수팀장은 집중호우 때마다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서대구시장 인근 하수도 증설공사는 침수피해 방지, 통행불편 해소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공사는 두류1동 공영주차장에서 명덕로(반고개 네거리)에 이르는 320m 도로에 매장돼 있는 1.2m×0.8m(0.96㎡)크기의 하수관을 1.8m×1.8m(3.24㎡)로 바꿔 3배 이상 배수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김 팀장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태풍, 집중호우 등 비가 많이 올 때를 대비하는 것이 옳다"며 "생계에 직접적인 고충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도울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 일대는 두류공원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저지대로 태풍 때마다 지대가 낮은 상점 등이 침수피해를 입어왔다.

건설과의 한 관계자는 "10억 원이라는 예산은 대구시에서 책정돼 내려온 돈"이라며 "좋은 취지의 공사를 중단하고 예산을 반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공사는 3억여 원이 집행돼 반고개 네거리 입구부터 100여m는 공사가 완료됐으며 시장 안쪽 도로는 상인들의 반대로 중단된 상태로 남아있다.

◇권용철 서대구시장 꽃집 주인

"또 3개월을 참으라고요? 시장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회생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권용철(48)씨는 서대구시장이 대형마트, 백화점 등으로 인해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하수도 공사로 인해 존폐 기로에 서지 않을까 걱정이다.

주변상인 수십 명은 서대구시장 도로 곳곳에 '증설공사 절대반대!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지난달 23일에는 달서구청장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권씨는 "시장 주변에는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세입자도 있고 곧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있는 상인들도 많다"며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는 하지만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어떻게 양보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35년 동안 이곳에서 생계를 꾸려온 최종택(61)씨는 "옷가게, 이불가게, 채소가게 등이 주 업종인데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먼지 때문에 간접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도 구청이나 구의회, 동 차원에서 시장 살리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공사 취지에 공감하고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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