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가정 위탁 아동'

입력 2005-03-08 11: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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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정의 모습이 두 가지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한쪽에서는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과 과보호로 어린이들이 짓눌리고, 다른 한쪽은 어린이들이 부모들의 무관심과 이기주의 속에 내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자녀 키우기에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돈 때문에 자녀들을 내팽개치는 경우도 비일비재이며, 갈수록 심각한 모습이다. 그야말로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배금주의, 인륜의 허물어짐, 도덕적 해이는 그 끝이 안보일 정도다.

◇ 자녀를 위해 얼마라도 아끼지 않겠다는 가정과 돈 때문에 자녀를 버리는 가정이 혼재하는 사회는 장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런 성장의 배경 차이는 어린이 모두에게 인격 형성에 큰 문제를 부를 건 뻔하다. 희생만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어린이가 남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갖기 어려우며, 부모에게 버림받은 경우 증오와 적개심을 안 가질 수 있겠는가.

◇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어린이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부모의 사망 때문인 경우도 적지는 않지만, 실직'질병'학대 등으로 다른 가정에서 보호'양육되는 '가정 위탁 아동'은 지난해 1만 명을 넘어선 모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런 아동은 2000년만도 1천772명, 그 이듬해는 4천425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무려 1만198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 그 유형은 지난해의 경우 일반 가정 위탁이 869명이며, 외조부모 등에 의한 대리 양육이 5천196명으로 가장 많다. 친'인척 위탁도 4천133명에 이르러 그 다음을 차지한다. 이는 우리의 전통적 미덕인 '혈육의 정'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살아 있음을 말해 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젊은 부부의 부모 세대들에 의해 간신히 그 미덕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정이라는 세포 하나 하나가 건강해야 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어린이들의 심성은 가정이라는 못자리에서 움이 트고 싹이 자라 학교라는 사회적 교육의 장으로 옮겨진 뒤 가지를 치게 마련이다. 이제 자기 자녀만 위해 돈을 퍼붓고 과보호하는 부모들도, 자기 중심적 이기주의와 돈 때문에 자녀들을 내팽개치는 부모들도, 그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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