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가르치는데 나이가 있나요?"
대구 달서구 노인문화대학의 강단에 서 노인들을 가르치는 전문교수 4인방. 공부할 기회를 놓친 노인들이나 새로운 지식을 얻고자 하는 노인들을 위해서 길을 터주며 학문의 기쁨을 전해주고 있지만 이들 역시 이미 백발이 성성한 60~80대 노인들이다.
"비록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지만 우리도 의자에 앉으면 학생이 되죠."
그들 모두는 과거 교직에서 몸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강단에 서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젊은이가 아니라 또래의 노인들이어서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지난 91년 서도초등학교를 마지막으로 교단을 떠난 정덕수 교수는 올해 여든살이다.
강단에 서는 교수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지만 정 교수는 한 달에 한 두번 있는 강의를 위해 시내 서점을 돌아다니며 노인관련 서적이 나오면 모두 구입해 읽고, 학습준비에 보탠다고 했다.
정 교수는 "철저한 준비없이는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기 때문에 노인이라고해서 대충 넘어갈 수 없다"며 "교안을 만드는데 밤을 새기도 한다"고 했다.
그들이 강단에 서는 것은 다른 노인들보다 많이 배웠거나 또 스승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아니다.
은퇴 후 살면서 배웠던 것들을 다시 사회로 되돌려 주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들은 더 없이 좋은 학생들이 된다.
전 대구대행정대학 학장을 지낸 배재연(72) 교수는 "노인들의 학습 전파력은 뛰어나다"며 "하나를 배우면 아들에게, 며느리에게 또 손자들에게 가르쳐주기 때문에 가정은 물론 사회 곳곳에 퍼져 교육의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노년의 배움은 그저 시간 때우기식 소일거리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
배움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두뇌활동을 계속하게 되면 기억력감퇴나 치매예방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대구시연합회 노인대학 학장인 이경상(75) 교수는 "고령자의 경우 속도는 늦지만 여유를 갖고 반복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지식을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만학은 배우고자 하는 자신의 수준과 기호에 맞는 것을 찾아 즐겁게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대구 화원여고 교장을 지낸 신천호(68) 교수는 "사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노인들에게는 배움의 열망이 크다"며 "배움을 시도한다면 탐구적인 마음으로 보람을 찾을 수 있고, 하나 하나 배워가면서 앎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노인들을 위해 정부부터 지자체까지 더 많은 공간과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각 단체들이 노인 교육봉사자들을 배출하고 있지만 그들이 설 강단이 크게 부족해 지식과 경험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예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로당 등을 활용해 그들이 가진 지식을 전해줄 수 있고, 또 많은 노인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배울 수 있는 정부, 지자체의 체계성있는 노인교육방안들이 수립돼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사진: 노인 교수 4인방. 왼쪽부터 정덕수, 배재연, 이경상, 신천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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