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세계 여성의 날

입력 2005-03-07 12:07:38

플라톤의 대화편 중 하나인 '티마이오스'에는 여성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여기서 플라톤은 피타고라스 학파 한 천문학자의 입을 빌어 세계 창조를 이야기한다. '창조주는 모든 별에게 각각 영혼 하나씩을 창조했다.(중략) 만일 어떤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훌륭하게 산다면 죽은 후 그의 별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된다. 그러나 악하게 살면 그는 내세에서 여자가 될 것이며, 만일 그때에도 악하게 산다면 그때는 금수가 될 것이다.'

◇ 고대 사회의 여성관이 그토록 편견에 가득 찼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성우위적 사고는 고대 뿐만 아니라 수천년 역사를 통해 강고한 가치관으로 굳어져 왔다. 여성들은 무권리의 존재, 열등한 존재일 뿐이었다. 이 같은 완고한 남중여경(男重女輕) 관념은 마침내 20세기들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 1908년 3월 8일, 생활고에 시달리던 미국 섬유업계 여성 노동자 1만5천 명이 빵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1909년엔 미국의 여성 노동자 2만여 명이 세계 각국의 성별'종교'민족의 차별없는 보통선거권을 요구했다. 여성에 대한 가혹한 노동착취 및 유해한 작업금지, 모성보호 조치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 마침내 1910년, 전 세계 여성노동자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3'8 시위를 매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할 것을 결정하였다. 수천년간 여성에게 씌워진 복종과 체념의 굴레를 여성 스스로 벗어던지고 남녀평등 및 인간답게 살 권리를 내건 선언이었다는 점에서 '여성해방'을 향한 기폭제가 됐다.

◇ 올해 97돌을 맞는 '3'8 세계 여성의 날'은 UN이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정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지금 우리사회의 여성파워는 놀라울 정도다. 각종 국가시험의 수석을 싹쓸이 하는 것을 비롯 예비판사의 절반, 공무원 3명 중 1명이 여성이며, 교직은 이미 여성천하다. 최근엔 호주제도 폐지됐다.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다. 그러나 고위직의 여성가뭄 현상은 여전하다. 또 부부 8쌍 중 1쌍은 아내가 매맞는다. 때문에 성차별 없는 사회,'유리천장'(여성의 성공을 방해하는 장벽들)이 사라진 사회를 향해 여성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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