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탈없이 잘 해낼까?

입력 2005-03-07 11:07:14

교사가 부모께 들려주는 새학년 대응법

이모(36·여·수성구 매호동)씨는 요즘 고민이 태산이다.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딸 아이의 담임으로 나이 지긋한 여교사가 배정된 것. 이씨는 "1학년 때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선생님이라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흥미를 붙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요즘 또래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 엄청난 양의 숙제만 내줘 곤혹을 치렀는데 또 작년과 같은 한 해가 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새학년을 맞은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단연 '담임 교사'다. 담임의 성향에 따라 아이의 1년 학교생활이 좌우되기 때문. 더구나 교사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이 뿌리깊어서인지 △집에서만 자란 내 아이가 단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선생님께 미움받지는 않을까 △촌지라도 들고 찾아가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나이 많은 담임이라던데 혹시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다그치진 않을까 등의 걱정이 꼬리를 문다. 새 학년 담임교사에 대한 고민, 범일초교(대구 범물동)에서 1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김영희(45) 교사를 통해 속시원히 해결해 보자.

■학교에 자주 찾아가야 하나요?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자주 대화를 나눠야 한다. 부모가 인식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외에 밖에서 객관적으로 아이를 지켜보고 평가하는 교사의 조언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 김영희 교사는 "학교에 찾아오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메일이나 학급 홈페이지 등의 온라인을 이용하거나 전화 상담을 자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봉투, 준비해야 할까요?

새 학년을 맞으며 촌지 걱정을 하는 학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도 촌지에 관한 고민을 토로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사는 "촌지 봉투를 내미는 것은 교사의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줄 수 있다"며 "평생직장인 탓에 행동을 함부로 했다가는 금세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돌기 십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꼭 마음을 표시하고 싶다면 "선생님으로 인해 우리 아이가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는 등의 짧은 쪽지 한 장이 가장 고마운 선물이라고 했다.

■자주 혼나는 내 아이, 혹시 촌지가 부족한가요?

김 교사는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학부모들이 이런 식의 오해를 할 때"라며 "아이가 미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관심이 많아서"라고 했다. 관심이 없다면 아이를 혼내기보다는 아예 방치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

요즘은 자녀가 한두 명인 가정이 대다수라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벌을 세우고 매라도 들게 되면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통에 혼내기도 어렵단다. 김 교사는 "혹시 담임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이들 앞에서만은 담임 교사를 무시하는 말을 삼가야 한다"며 "무의식 중에 아이들의 머릿속에 뿌리박혀 아이들마저도 담임 교사의 지도를 잘 따르지 않게 된다"고 당부했다.

■왜 나이 많은 교사들이 저학년을 자주 맡죠?

교사 배정은 학교 내 인사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교사의 희망과 교사 경력의 고른 분포가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의 우려처럼 나이 많은 교사가 저학년에 집중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다만 경험이 없는 신참 교사가 1학년 담임을 맡기는 힘들다. 학교 적응기인 1학년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내 아이를 키우는 동안 또래 아이들의 행동 성향과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 기혼 교사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아이가 너무 여성화되진 않을까요?

현재 초등학교 교원의 남녀 비율은 2대 8로 여교사 수가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년 당 1명의 남교사를 배정하기가 힘들 정도. 하지만 김 교사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남녀의 특징을 뚜렷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미리부터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더구나 여교사들 중에서는 남자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등 남자 교사의 역할을 담당하는 교사가 학교마다 한두 명은 있어 오히려 여교사의 중성화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학원은 꼭 보내야겠죠?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한두 개 이상의 학원을 다니며 '선수학습'을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기는 기술을 배우는 시기가 아니라 잠재력을 드러내고 발전시키는 시기. 김 교사는 "꼭 가르쳐야 할 것은 학교에서 책임지고 가르친다"며 "선수학습 등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창의력 학습 등을 통해 잠재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학부모의 조바심으로 학원을 전전하다 보면 공부가 '정말 하기 싫은 것'으로 아이들에게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학원을 보내더라도 사전에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거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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