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많이 쓰는 아이들을 쳐다보는 학부모나 교사들은 글씨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글씨를 적게 쓰다 보니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글씨 쓰기에 대한 재미를 줌으로써 이런 고민들을 떨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방법으로 POP글씨 쓰기를 들 수 있다. 이 분야에서 10년 지도 경력을 가진 나미란(37) 강사를 만나 예쁜 글씨 체험을 해 보았다.
◇개성 살리는 POP글씨
POP협회 대구지부(수성구 신매동)에 들어서자 예쁜 글씨들이 한쪽 벽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체험팀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한두 장의 포스터가 아니라 벽면 전체가 예쁜 글씨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마치 글씨 벽화를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나미란 강사를 만나자 POP가 무슨 뜻인지부터 물었다. "POP는 Point Of Purchase로 구매 속의 광고라는 뜻이에요. 백화점이나 판매점에서 예쁜 광고를 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 바로 POP글씨"라고 했다. 실제 나미란 강사는 10년 전 백화점 근무 때부터 POP글씨를 익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예쁜 글씨도 좋지만 천편일률적으로 똑 같은 모양의 글씨를 쓰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앞섰다. 나씨는 "처음 연습할 땐 개성 없는 글씨가 나올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 숙련이 되면 자신의 아이디어로 얼마든지 개성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3, 4개월의 훈련 과정만 마치면 글씨를 창조적으로 쓰게 되고 번득이는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가로와 세로의 만남
체험팀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 포스터 물감을 앞에 두고 납작붓을 쥐었다. "붓을 연필 쥐듯이 쥐어보라"는 나씨의 말에 모두들 독특한 방식으로 붓을 쥐었다. 제대로 붓을 쥔 아이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는 "글씨체는 붓이나 연필을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일일이 교정을 해주었다.
흰 도화지를 하나씩 받아 선 긋는 연습을 시작했다. 먼저 가로선 긋기. 가로선을 그을 땐 손목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팔을 움직여서 한 번에 그어야 한다. 그래야 선의 두께나 물감의 농도가 처음이나 끝이 똑 같아진다. 아이들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자꾸 손목으로 선을 긋게 되고 시작 부분에 비해 끝 부분의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았다. 가로선 긋기만 도화지 한 장을 채우자 제법 모양이 잡힌 선이 나왔다.
이어서 붓을 90도 돌려 팔을 밑으로 내리면서 세로선 긋기 연습을 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모두 쓰기 시작했다. 한글의 자'모음은 이응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로와 세로선으로 표현할 수 있다. 무심코 써 오던 한글이 가로와 세로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원리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POP글씨는 가로와 세로선, 그리고 이응을 일정한 굵기로 매끄럽게 쓰는 것이 기본이 되는 셈이었다.
◇그림 글씨 POP
POP글씨는 그림 글씨라고 부를 만큼 그림 그리기와 닮았다. 먼저 글 구도를 잡고 필요하다면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글씨를 쓰다가 실수로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글씨를 잘못 써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는 게 POP글씨의 큰 장점이었다. 떨어진 물감에 꽃문양을 넣는다든지 잘못 쓴 글씨를 덧씌우면 더 나은 모양을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체험팀은 1인당 한 점씩의 작품을 만들었다. 류도영(수성초 6년)양은 '사랑해요' 라는 글씨를 쓰고는, "처음엔 선 긋기가 아주 힘들었는데 연습을 한참 하고 나니 예쁜 글씨가 나왔다"면서 앞으로 교실의 게시판 글쓰기를 도맡아 할 것 같다는 걱정 반 자랑 반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문화원장)
사진: 나미란 강사가 체험팀 어린이들의 POP글씨 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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