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구교육-(3)2008학년도가 고비다

입력 2005-03-05 09:47:44

지난해 말 대구의 중3생 학부모 가운데 상당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야 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 비중이 강화된다고 하니 어느 지역 고교에 입학하는 게 유리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성구 고교에 입학할 경우 수능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학교 내 경쟁력은 다른 지역보다 낫지만, 그만큼 내신성적의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대구의 지역간 학력 격차가 원인이었다.

지난달 고교 배정이 끝난 후 이를 살펴본 결과 눈에 띌 만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성한 덕원고 교장은 "달서구나 북구 등 다른 지역 중학교 출신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내신 이력철 도입이 늦춰지는 등 2008학년도 대입제도가 당초 안과 달라질 조짐을 보이는데다 대학들의고교 내신에 대한 불신이 여전해 당장은 내신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돌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고교와 학원가 관계자들은 대구의 학력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2008학년도 이후 입시에서 지역 학생들은 어떻게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일단 교육부가 고교 교육 정상화를 내건 만큼 내신 실질 반영 비율은 다소라도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등급화한 수능시험의 변별력보다 내신이 대학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게 되고, 결국 수성구 고교 수험생들은 적잖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한 고3 담당 교사는 "수성구 고교에서 3년 동안 과목별로 고루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학교 시험에 대비한 과외 열풍, 시험을 둘러싼 학교 안팎의 잡음 등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성구 고교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모의고사로 예상되는 수능 등급만큼 내신 등급이 좋지 않을 경우 2학년을 전후해 자퇴 러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내신 3등급 가운데도 수능 1등급이 상당수 나오는 수성구 고교 현실에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대학에서 과목별로 일정 등급 이상의 내신을 요구할 경우 수능 점수에 따라 내신이 결정되는 검정고시를 택할 학생이 적잖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타 지역 고교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내신에서 다소 유리하다고 해도 수능 등급화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수능을 등급화할 경우 같은 등급에서는 변별력이 사라지지만 1, 2점 차이로 낮은 등급을 받아 불합격하거나 지원조차 못 해 억울한 수험생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상위권 대학 관계자들은 내신 비중이 높아질 경우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수능 등급을 최저 학력기준으로 내세우는 방안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입시만 해도 의예과·한의예과 등 인기 학과의 수시·정시모집에서 수능 2~4개 영역 1~2등급을 최저 학력기준으로 내세운 대학들이 대부분이었다.

학력이 낮은 고교에 다닐 경우 수능시험에 대한 경쟁력 역시 낮을 수밖에 없어, 내신이 아무리 좋아도 원하는 대학에 지원도 못 해 보는 어처구니없는 손해를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고교 교감은"2008학년도 이후에는 대구처럼 수능 성적과 내신의 상관관계가 떨어지는 지역일수록 선의의 피해자가 많을 게 분명하다"며"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시급히 고교 간 학력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고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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