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사회복지 설명회' 현장의 목소리

입력 2005-03-05 09:47:44

"빈곤 탈출하면 되레 손해"

"사각(死角)지대와 중복급여가 공존하는 것이 복지정책의 딜레마죠."

4일 오후 2시 대구 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는 대통령자문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이하 위원회)주최로 '참여정부의 사회복지관련 정책설명회'가 열렸다.

대구, 경북, 제주도 복지전담 공무원 8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설명회는 '동구 불로동 아사 사건'과 '제주 서귀포 부실도시락 파문'의 담당 복지공무원이 참석해 더욱 열띤 토론의 장으로 이어졌다.

토론은 위원회 김수현 기획운영실장이 복지관련 정부정책을 얘기하고 공무원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순으로 이어졌다.

●복지담당 공무원 늘리기만이 상책인가

지난달 23일 참여정부는 올해 중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1천800여 명을 증원하고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긴급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중 일부 공무원들은 전직자나 사회복지와 관련 없는 공무원으로 충원될 수도 있다는 것에는 의견을 달리했다.

한 공무원은 "복지업무는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아는 데만 1, 2년 가까이 소요되는데 적응할 만하면 다른 부서로 옮기고 가르치고 하는 것이 관행이 돼 진짜 복지는 오히려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며 "복합행정이 많은 만큼 복지를 전문으로 한 공무원으로 충원해 짧은 기간 교육으로 현장투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복지담당 공무원은 공무원직이 먼저냐, 사회복지가 먼저냐를 고민해야 할 만큼 업무도 많고 봉사차원의 부수업무도 많다"며 "보통 동사무소에 1명의 담당공무원이 수십, 수백 개 가정을 맡고 뛰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공무원 수(數)의 실패다"라고 했다.

●복지제도에 소득기준 규정은 비현실적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복지혜택을 주는데 소득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공무원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소득이 얼마, 차상위계층은 소득이 얼마 하는 식으로 규정을 두는 것이 복지의 사각지대를 점점 넓혀나가는 꼴"이라며 "많은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신의 경지에 올라 자신이 생각하는 '간주 소득'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공무원은 "얼마 전 LPG장애인차량 세금 면제에 대한 언론보도도 결국은 차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의 복지에 대한 것 아니냐"며 "복지제도 항목을 세분화해 제대로 된 복지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빈곤 탈출하면 오히려 망하는 복지제도

현행 복지제도에서 빈곤망에서 벗어난 가정은 오히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그리고 각종 세금고지서 부과의 고통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빈곤가정의 자녀가 성인이 되면 '자활성공자'의 대열에 끼는 것이 현행 복지제도라는 것.

한 공무원은 "불우이웃이 수급권자에서 탈출한 뒤에 부여되는 복지정책은 전무하다"며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만 들어와도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차상위계층으로 낙인(?)찍히면 복지의 사각지대에 고스란히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수현 실장은 "수급권에서 탈출해도 2년간 지원금을 계속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토론에서는 결식아동 지원대책, 공공근로사업 등에 관련한 논의가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김수현 실장은 "우리나라에서 전체 10%의 불우가정이 있다면 실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가정은 3% 정도에 불과한 것과 급여를 받는 일부 가정은 이중수급을 하고 있다는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정부는 지역의 복지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복지업무가 기피업무가 되지 않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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