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사랑' 전파하는 박철환(50)·최경숙(47) 부부

입력 2005-03-04 11:15:50

"간이식 수술, 두려워 마세요. 아픔과 걱정을 함께 하면 희망이 보일 것입니다."

박철환(50.대구시 서구 내당동.운수업체 대표), 최경숙(47)씨 부부는 2년 전부터 간이식 환자 및 중증 간질환자와 가족들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봉사를 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2003년 3월 간경화 말기로 인해 처 질녀의 간 일부를 이식 받고 난 뒤 '둥지회'란 간이식 환자의 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중증 간 질환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환자들조차 간이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 수술을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말기 간 질환자들이 근거 없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물론 저 자신도 수술 전에는 이 같은 치료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박씨는 대구, 경북에 사는 간이식 환자들에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임의 필요성을 알리는 편지를 띄웠다. 그렇게 만든 둥지회의 회원은 환자 30명과 가족 20명 등 50명.

모임은 두 달에 한 번씩 열린다. 환자와 가족들이 수술 후 식이요법, 항암치료 등 투병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경험을 나누고 있다. 지난 번 회의에선 보다 전문적인 조언을 얻기 위해 최동락 대구가톨릭대 외과 교수를 고문으로 초빙했다.

박씨가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면 아내 최씨는 '전국구 활동가'이다. 남편의 병 때문에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던 중 간이식 환자를 위한 카페 '리버가이드'(http://cafe.daum.net/liverguide)를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아예 카페 운영자가 된 것. 이 카페는 중증 간이식에 대한 상식과 병원 선정, 수술 전의 준비, 수술 후 관리, 투병기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1천30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최근엔 더 큰일을 저질렀다. 서울, 광주, 평택에 사는 카페 운영자 3명과 함께 '간이식, 두려운게 아니에요!'란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카페에 실린 다양한 정보와 국내외에서 수술 받은 회원들의 경험과 의학 상식 등 간 질환과 간이식에 대한 정보를 망라하고 있다. 최씨는 책을 만들기 위해 지난 10개월 동안 동료들과 50여 차례에 걸친 온/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박씨 부부는 "간 질환자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며 간이식에는 가족의 사랑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자신의 간의 일부를 떼어 준 기증자들 가운데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데도 국내에선 장기 기증 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사진 : 박철환씨 부부는 간 이식 환자와 중증 간질환자들의 모임을 결성, '건강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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