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가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었다. 단 하루 만에 뚝딱 110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침 신문을 다 뒤져봐도 10건 정도 빼고는 도대체 100건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3분마다 1건이니 국회의장은 필시 '방망이 엘보'에 걸렸을 터이다. 참으로 졸속이다. 엉터리다. 그렇게 두들겨대고도 소위 '뜨거운 감자들'은 뒤로 밀어냈다. 자기네들 발목 잡는 주식백지신탁제나 의원 징계안 같은 것은 아예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한 국회 본회의도 명백히 상정된 법안에 대한 '실질 심사'기능을 갖고 있다. 이 기능이 왜 실종됐는지는 자명하다. 교섭 단체들의 당론 정치와 정쟁이 막판 무더기 상정을 낳고, 쏟아지는 여론에서 면피하려면 마지막 날 방망이를 마구 두들기는 수밖에 없다. '졸속'은 예정된 코스인 것이다.
국회의 존재 이유는 '입법(立法)'이다. 그 입법은 상임위-법사위-본회의라는 세 가지 그물을 통과시키는 과정이다. 국민의 재산 및 생활권을 보장하고 제약하는 입법에서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라는 두 가지 그물만큼은 촘촘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행 상임위는 소수 의원만이 참여하고, 여기다 이익 집단의 입김도 작용하기 일쑤다. 법사위는 실질적 내용의 심사보단 법률 전문가들의 기능적 심사에 그치고 더구나 '정쟁의 도구화'로 오용돼 온 형편이다.
비록 두 단계를 거쳐 올라온 법안이라 해도 타(他) 상위에 속한 의원들 중엔 본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 토론도 하고 싶은 경우가 분명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는 올라온 법안마다 뚝딱 '통과'다. 세 가지 그물 구멍이 하나같이 넓으니 만날 법 고치다 볼 일 다 보는 것이다. 연중 국회, 연중 상임위 제도의 도입 등 국회 시스템의 개혁을 주문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