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프로젝트 수주 '교묘한 계산'
서울 대기업들은 지역 정보화사업을 수주한 뒤 실제 일은 수도권 중소업체에게 맡긴다. 그런데 사업에 따라 지역 기업에게 하청을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여기에는 서울 대기업들의 '교묘한' 계산이 숨어있다.
그동안 대구에서 발주된 많은 IT관련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서울기업이 수주했지만,이들 역외기업들은 거의 예외없이 지역기업들을 협력업체로 맞아들였다. 그런데도 지역 IT업체들은 사업 발주방식을 두고, 대구시와 지역 공공기관들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마디로 재주는 곰(지역 IT업체)이 부리고 돈은 되놈(대기업 또는 서울기업)이 벌기 때문이다.
2003년 11월 서울의 ㅇ사는 대구시의 5억 원짜리 IT시스템 구축 용역을 수주했다. ㅇ사는 그러나 대구의 모씨를 PM(프로젝트 매니저)으로 채용했고, 협력업체로 참여한 지역의 ㅋ사에게 실질적 일을 모두 맡겼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그 PM은 ㅇ사를 나와 대구지역에서 다른 IT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의 ㅇ사는 용역을 수주하고 이윤의 대부분을 챙겼을 뿐 실질적 일은 하나도 하지 않은 셈이다.
IT프로젝트를 수주한 대기업들은 기껏해야 PM 몇 명을 파견하는 것이 고작이다. 또 외형상 지역기업들과 6대 4 또는 7대 3의 비율로 협력계약을 맺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면계약 등을 통해 영업비·운영비·임대비 등 각종 명목으로 공동비용을 제하기 때문에 지역기업들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것은 계약금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지역기업을 따돌리고 지역사업을 서울업체들이 독식한다"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용인 셈이다.
다른 지자체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울산시는 2002년 지능형교통체계 사업을 발주하면서 지역기업의 참여비율을 45% 이상으로 한다는 명문 규정을 뒀다. 이 때문에 사업을 수주한 삼성SDS는 울산업체들에게 계약금의 45%를 외주로 준 뒤, 나머지 55% 중에서 각종 비용을 제하고 서울 중소업체에 아웃소싱을 했다. 226억9천만 원짜리 공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삼성SDS는 PM 4명 등 수 명의 직원을 파견했을 뿐이다.
김해시는 더욱 적극적이다. 2004년 11월 삼성SDS, 로티스 등 대기업을 따돌리고 지역기업인 트래픽인포테크를 버스정보시스템 사업자로 선정했고, 후속 사업들도 소액으로 쪼개 발주함으로써 지역기업들에게 유리하도록 했다. 5월쯤 BMS(버스관리시스템) 사업을 발주할 예정인 마산·창원도 김해의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BMS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솔루션 및 임베디드, GIS(지리정보시스템), 전광판 관련업체 숫자가 2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지역 IT업계 관계자는 "각 지자체마다 지역기업 지원·육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유독 대구만 대기업·서울기업의 논리에 빠져 지역기업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지역에서조차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이 어떻게 타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발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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