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끝없는 도전

입력 2005-03-03 11:30:49

마를렌 디트리히 등이 출연한 영화 '80일 간의 세계 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는 1957년 제29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등 5개 부문 수상작이다. 한 젊은 신사가 친구들과 80일만의 세계 일주에 2만 파운드 내기를 한 뒤 겪는 코믹 모험담이다. 주인공은 세계 도처에서의 온갖 모험 끝에 세계 일주에 성공하지만 기한보다 하루 늦게 돌아온다. 그러나 시차로 인한 착오로 밝혀져 결국 내기에서 이긴다.

◇ 미국의 백만장자 스티브 포셋(60)이 영화 같은 모험에 나섰다. 사상 최초로 단독 논스톱 세계 일주 비행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지난달 28일 150만 달러짜리 경비행기를 타고 지구 일주에 나선 그는 80시간내 약 3만7천km를 중간 급유없이 날아 미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 포셋은 이미 뗏목 항해'개썰매 경주'암벽 등반'24시간 자동차 경주'철인 3종경기 등 다양한 모험 분야에 도전, 여러 개의 기록을 보유할 정도의 모험광이다. 지난 해엔 38m 길이의 뗏목을 타고 58일 9시간32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아 2002년 프랑스의 브뤼노 페이롱이 세운 64일 8시간의 기록을 깼다. 또한 2002년엔 사상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도 성공했다.

◇ 거부들 가운데 기상천외의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중엔 지난 2001년, 엄청난 거액을 내고 민간인 최초로 러시아의 소유즈호로 우주여행을 다녀온 미국의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남아공의 마크 셔틀워스같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포셋의 경우처럼 자신이 직접 기계를 조작하며 하늘과 바다를 종횡무진하는 백만장자 모험가는 극히 드물다.

◇ 얼마든지 안락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데 포셋은 왜 위험천만한 모험을 계속할까.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문득 허탈감을 느낀 걸까. 아니면 꽉 짜인 일상에서의 해방구로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서? 그 이유가 무엇이든 목숨까지 내걸 만큼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는 올인 자세가 대단해 보인다. 끊임없는 도전 의식과 뜨거운 열정, 그 용기가 놀랍다. 국내서도 85세의 전우순옹이 지난달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에 올랐다. 역대 두번째 나이 많은 킬리만자로 등정 성공자라 한다. 조로(早老)현상이 심해지는 우리 사회에 이들 노익장들의 도전정신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전경옥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