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통학길이 이게 뭡니까"

입력 2005-03-03 11:45:04

"학교 용지부담금까지 내고 입주했는데 아이들 통학길이 이게 뭡니까."

2일 오후 2시쯤 수성구 사월동의 경부선 철도와 욱수천 교차지점. 높이 1.8m가량의 지하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들은 갑작스런 기차소리에 얼른 귀를 막았다. 지하보도 벽체가 곧 무너질 듯 흔들리자 황급히 동생 손을 잡고 뛰는 아이도 있었다.

초등학생 이모(11·수성구 사월동)군은 "부모님이 위험하다며 이 길로 다니지 말라고 했지만 가까워서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열악한 자녀들의 통학로와 주민 통행로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며 구청과 교육청에 심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수성구 사월동 태왕6차(520가구)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인근 매호초교, 매호중학교로 가는 통학로가 좁은 외길인 데다 낡은 지하보도를 거치게 돼 자녀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하보도는 욱수천 범람에 따른 침수 우려까지 높지만 인근에는 차량 전용도로밖에 없어 학생들이 매일 등·하굣길에 가슴을 조이며 건너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민 최모(44)씨는 "일부 선로구간에는 안전펜스조차 없어 철없는 아이들이 넘어 다니기도 하고 가까운 버스 정류장도 20~30분이나 걸어가야 한다"며 "집집마다 100여만 원의 학교 용지부담금까지 냈는데 아파트 주변 기반시설이 너무 열악하다"고 화를 냈다.

주민들은 "앞으로 1천500가구가량의 아파트 단지들이 일대에 더 들어서게 되면 불편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도시계획선으로 잡힌 새 지하보도(길이 48m, 폭 6m)를 만들어 주든지 철도를 건너는 육교를 설치해 달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새 지하보도는 2007년 이후에나 계획돼 있다"며 "새로 들어설 아파트 업체에 지하보도 설치를 조건부로 내거는 등의 대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수성구 사월동 경부선과 욱수천 교차지점에서 지하보도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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