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한 아이가 졸업식을 마치고 곧장 우리 사무실로 왔다.
그 아이는 입구에 있는 탁자에 앉아 앨범을 뒤적거리며 이따금씩 직원을 바라보곤 했다.
"졸업했구나, 영식이…." 어느 직원이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란 듯이 졸업장을 내밀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졸업식 노래가 시작되면 어느 틈에 울음바다가 되던 식장. 나이가 들어서야 그 울음의 의미가 어쩌면 힘들었던 시절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아이들의 아픔이 포함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때인가는 '밀가루소동'으로 시끄러웠을 때도 있었다.
아마 학교의 틀 안에서 공부만 강요받던 아이들이 그 짓눌림에서의 해방감(?)이었다고 이해해 준다면 혹자는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릴 하느냐고 핀잔을 할지도 모르겠다.
요즈음의 졸업식 풍경을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때 졸업을 못한 어르신들이 뒤늦게 졸업장을 받는가 하면, 자서전 같은 것을 만들어 부모님께 드리는 모습도 있다고 한다.
20년 뒤에 다시 만나서 함께 개봉해 보는 '꿈상자 보관함'도 각급 학교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하니 많이도 변한 세상임을 실감해 볼 수 있다.
어쨌든 2월이면 졸업식으로 바쁘고, 3월이 되면 입학식이 시작된다.
이 때쯤이면 학교 입구에는 꽃 파는 사람들이 붐비고, 아이들은 축하선물들을 받게 되는데, 고급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의 선물은 보통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 보아야 할 것이다.
소년소녀가장이나 노손(老孫)가구의 아이들, 가정해체로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 그 많은 아이들의 외로움을 떠올려 보았으면 한다.
그들 손에는 그 흔한 장미 한 송이도 없고, 따뜻하게 손잡아주는 부모님의 체온도 잊은 지 오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들은 잊고 있었던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아이들의 머리라도 한번씩 쓰다듬어 주면서 내 자식처럼 감싸 줄 수 있는 이웃의 관심, 그런 시민의식을 기대해 보고 싶은 날이다.
학산종합사회복지관장 백남덕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