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력아성'이젠 옛말…부산에도 뒤져

입력 2005-03-02 11:41:20

서울대 합격자 최다 배출은 '옛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구는 전국 최고 수준의 학력을 자랑했다. 교육청의 지나친 학력과 입시 위주 정책으로 교원단체나 학부모단체의 거센 비난과 저항을 부르기도 했지만 수능시험 결과, 대학 진학률, 상위권 대학 진학 인원 등에서 7대 도시의 선두에 있었다.

그러나 2002학년도 이후 대입 전형 방법이 대학별로 다양해지고 수시모집이 점차 확대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서울과 부산은 어느새 멀찌감치 앞질러갔고, 인천과 대전이 금세 따라잡을 기세다.

원인은 지역·학교 간 학력 격차가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큰 데다 달라지는 입시 제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가 발표한 7대 도시 고교 소재지별 입학생 숫자를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12개 고교가 있는 대구 수성구는 114명의 합격자를 내 4위를 차지했다. 대구에서 두 번째로 많은 달서구는 13개 고교에서 45명이 합격했다. 수성구 외에 다른 지역을 모두 합해도 136명이다.

부산은 가장 많은 부산진구가 47명으로 14위에 그쳤으나 금정구, 남구 등 5개 구에서 30명 이상의 합격자를 냈다. 지역별로 고른 학력을 보인 것이다. 수성구의 경우 전체 합격자 수에선 4위였지만 수시 합격자 수는 18명으로 10위에 불과하다. 1위에서 9위까지는 모두 서울이 차지했다. 올해는 대구 전체의 서울대 합격자 가운데 수성구 고교의 비중이 50%를 넘어 더욱 높아졌지만 수시 합격자는 10명으로 더 줄었다.

이는 수성구 고교들의 학력이 높지만 학생 개인으로서는 수시 합격의 관건이 되는 내신성적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또 수성구 학생들이 학력 평가인 수능시험에는 강하지만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에는 취약한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공부를 시키고 시험을 많이 치르게 하는 방법으로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구 교육청과 고교들의 변화가 없는 한 올해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수시모집으로 뽑는 인원이 48.3%로 절반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이 등급으로만 표시돼 대입 전형에서 비중이 크게 줄어 형식에 그칠 2008학년도가 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의 태도는 극히 미온적이다. 현실적으로 엄청난 학력 격차를 해소하려 들기는커녕 쉬쉬 하며 감추기에 바쁘다. 수성구의 한 고교 교장은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언어와 수리, 외국어 3개 영역에서 상위 4%인 1등급을 받은 학생이 각각 1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응시생의 4%인 20명 선에도 못 미치는 고교가 상당수인 것과 비교하면 기가 막히는 숫자다. 학생들로서는 그만큼 내신성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갈수록 좁아지는 정시모집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력 격차를 실감하기 힘든 학부모들의 수성구 선호는 좀체 식을 줄 모른다. 2008학년도 입시의 첫 대상이 되는 올해 고교 입학생의 경우 수성구 전입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입시제도 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고교 교사들은 분석했다. 수성구의 한 고교 관계자는 "교육청과 구청이 위장 전입 조사를 강화하면서 중학교 1, 2학년 때 아예 수성구로 옮기는 학생이 늘었다"라고 했다. 이 학교는 올해 신입생 가운데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10% 이내가 88명으로 작년 71명보다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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