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휩쓰는 '주식투자 열풍'

입력 2005-02-28 11:28:52

안동 시내에서 식당을 하는 한모(56)씨와 축산업을 하는 박모(50)씨는 요즘 뜨고 있는 코스닥 테마주를 이달 들어서만 수천만 원씩 샀다. '불이 붙는 이때가 기회'라는 확신에서다.

안동 지역 한 공공기관 직원 4명은 최근 1천만 원씩을 모아 주식을 함께 샀다. 모두 2년 전 주식에 손댔다가 적게는 수천만 원씩, 많게는 1억여 원을 날린 것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과거의 실패경험을 교훈삼아 투자금을 1천만 원으로 한정하고 우량주에 장기투자했다.

올 들어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까지 증권열풍이 불고 있다.은행예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농어민들이 늘면서 '묻지마 투자' 열풍이 일었던 1990년대 초와 후반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주 용강공단 한 기업체 김모(49) 부장은 "최근 사내에서 '○○는 이틀 만에 한 달치 월급을 벌었다', '△△는 새해 들어 승용차 한 대치를 건졌다'는 등 주식투자 성공기가 퍼지면서 이전에 관심없던 사람들까지 덩달아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도 "활황 증시에 힘입어 비교적 고수익을 올린 동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근무시간에 주식을 사거나 팔아달라는 주문을 내는 직원들이 적잖다"고 전했다.

증시가 활기를 띠는 것과 때를 같이해 최근 들어 은행권 예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모 증권사 안동지점 관계자에 따르면 5개 증권사 지점 고객 예탁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해 연말부터는 한달에 20억여 원씩 증가하고 있다는 것.

최근 5년 동안 가장 활황으로 객장을 찾는 투자자도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어 났다. 투자자들은 주로 회사원들과 교사, 소규모 자영업자들로 투자금액은 1,2천만 원 정도며 이중 신규투자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김천시 경우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식투자를 새로 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고 5, 6년전 주식 열풍때 손실을 크게 봤던 사람들도 다시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김천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계좌를 만드는 고객이 하루 2, 3명씩 늘고 있고 90년대 말 주식투자로 실패했던 사람들도 다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 모 은행지점 한 간부는 "최근 60, 70대 소액 투자가들이 부쩍 늘고 있고 게중에는 500만 원 이내의 소액을 밑천 삼아 지점을 찾는 농어민과 20대 실직자들이 꽤 있다"고 밝혔다.활황장세에도 불구하고 소액·개인 투자가들이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투자액을 잃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천·이창희기자

안동·정경구기자

경주·박정출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