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생각-'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고

입력 2005-02-28 11:31:27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지닌 저자 포레스트 카터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다섯 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조부모와 함께 산 속 외딴 오두막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작은 나무'의 성장 기록이죠.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책에서 주인공은 독자에게 인디언 문명을 설명해줍니다. 자연의 순리를 깨뜨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이나 자연과 공감하는 법 등을 가르쳐주면서 우리의 환경문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또 할머니가 읽어주는 셰익스피어나 위인전 등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알려주고, 불법으로 위스키를 제조하는 할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법과 이를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또 인디언들의 생활 방식과 교육법을 무시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해 한때 고아원으로 끌려가는 장면을 통해 과연 교육은 '학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냐는 물음을 던지기도 합니다. 인디언의 방식으로도 충분한 교육을 받았던 '작은 나무'에게 백인들의 교육방식과 고아원이라는 공간은 오히려 해악이 될 뿐이었던 거죠. 이 책을 읽고 원고지 4장 내외의 독서감상문을 써 봅시다.

1. 백인들은 체로키 인디언과 유대인 등을 무시하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작은 나무'의 할아버지도 백인에 대해 단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편견들이 타협점을 찾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2.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물의 여로'는 체로키족의 강인한 자존심을 나타냅니다. 할아버지나 '작은 나무'도 어려운 생활이지만 자부심만은 누구보다 강했습니다. 과연 자존심'자부심이란 어떤 것이며 왜 소중할까요?

3. 체로키족은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지만 원시적은 삶을 벗어나진 못합니다. 자연도 보호하면서 개발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은 없을까요?

4. 우리는 원시 밀림이나 사막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삶을 '미개하다'고 표현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우월하고 뛰어난 문명일 수 있습니다. 과연 서로 다른 문화를 비교하고 그 우위를 나누는 것은 가능할까요?

▲용광로와 샐러드 그릇

과거 미국은 여러 인종을 녹여 하나로 만드는 용광로(Melting Pot)임을 주장했던 시기가 있었다. 19세기 초반까지 계속됐던 이 사상은 유럽에서 이주한 백인들을 주축으로 여러 인종들이 한데 어우러진 문화가 바로 '미국'이라는 것이다. 당시는 중국인의 이민을 저지하고 '국민혈통법'을 통해 유럽 이민을 권장하는 등 유색 인종들에 대한 차별이 당연시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바탕에는 '유럽(백인)식 문화가 우수하다'는 문화적 우월성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현대 미국은 서로 다른 인종이 각 인종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한 채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가 진정한 '미국'임을 인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다. 마치 샐러드속에 섞인 야채들이 각기 자신의 특수성을 유지한 채 한데 어우러져 있듯이 여러 인종이 미국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속에 각각의 개성을 유지한 채 어울려 있다는 견해다. 이 같은 생각은 '문화의 상대성'이라는 개념의 확장으로 소수 민족들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가능해졌다.

▲인종문제

이 소설에서 백인은 인디언과 유대인을 무시하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인종차별'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종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은 과거 노예제도가 유지되던 시절에 비해 흑인의 평등권이 급격히 신장됐지만 현재까지도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에 흑인 멸시가 여전히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에서도 백인 우월주의 정책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인종갈등에 있어 우리나라도 더이상 예외가 아니다. '국제화'로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들이 섞여 살고 있지만 우리는 많은 경우 피부색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이들을 대하고 있다. 한국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들어온 동남아인들은 인권마저 빼앗긴 채 고된 노동과 낮은 임금에 멸시당하고 살지만, 하얀 피부와 금발의 머리를 가지고 영어를 쓰는 서양인들은 단지 외모만으로 우대받는 실정인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도움말: 안지연(한우리 독서'논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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