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 가족돕기 어느덧 15년째

입력 2005-02-28 09:52:52

교회 신도 박왕규, 임종만·김권옥씨 부부

"1년, 2년 지나다보니 어느새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지난 26일 달서구 본동 영구임대아파트. 박왕규(53·달서구 월성동), 임종만(56·달서구 상인동)·김권옥(51)씨 부부는 쌀 20kg, 상품권 등을 마련해 김문영(57)씨 집을 찾았다.

김씨는 파킨슨병, 부인(52)은 만성 신경쇠약, 딸(23)은 악성빈혈과 투병하는 등 가족 모두가 경제력을 잃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대구교회 신도인 이들은 15년째 이들을 돕고 있다.

특히 임씨 부부는 길거리에서 옷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넉넉지 않지만 김씨 가족을 돕는 일에는 적극적이다.

김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와 학산근린공원에 데려가 운동을 시켜주고 매년 명절만 되면 오곡밥, 고기 등 음식을 싸 갖다주고 있다"며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김씨는 건축 관련 일을 하다 쓰러져 파킨슨병을 앓으며 여러 차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 등이 찾아와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용기를 북돋워줘 최근에는 평온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 1급, 의료보호 1종 등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돈이 유일한 수입인 김씨 가족에게 이들의 봉사는 천군만마(千軍萬馬)와 같은 셈.

딸은 "악성 빈혈 때문에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직장을 가져 부모님과 도와주신 분들께 보답할 것"이라고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같이 저녁을 먹으며 2시간가량 정다운 얘기를 나누다 밤 9시가 넘어서야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학산보호회 회장이기도 한 박왕규씨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자신이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며 "경제적 여유가 더 생긴다면 김씨 가족뿐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을 보살피겠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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