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民生'뒤에선'부패 정치'

입력 2005-02-26 11:24:47

전'현직 국회의원 9명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여'야 의원 10여 명을 합치면 무려 20여 명이 사법처리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대선 자금 수사 이후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면서 선거법까지 엄격하게 고쳐 놓은 그 정신은 1년도 안 돼 증발, '부패의 온상'으로 회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치 개혁의 주체들이 '개혁의 객체'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깨끗한 정치'는 앞에서 입으로만 외친 셈이고 그 뒤에선 여전히 '구태 정치'가 판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이런 계제에 정치 자금법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자는 움직임까지 있으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검찰 수사 대상 9명 중 민주당 이정일 의원(총선, 도청 사건)을 빼놓고 8명은 모두 이런 저런 이권에 개입, 돈 문제에 얽혀 있다. 그것도 3선이자 국회 문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기선 의원은 대구 U대회 광고물 비리에 연루, 업자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과거사 규명'에 앞장선 김희선 의원은 독립운동가 후손 논란에다 총선 당시 회계 부정 혐의로 그의 참모가 사법 처리된 직후에 본인이 직접 구청장 경선에 개입, 거액의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사 규명' 자격이 있는지 강한 회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당 당의장을 지낸 이부영씨는 한화그룹에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김충환, 박혁규 의원은 모두 건설 관련 비리에 연루돼 있다. 이런 일부 국회의원들의 부패상을 보고 국민은 나라 장래가 암담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외친 '민생 회생'은 결국 '거짓말'이었음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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