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캉'은 헤어클리퍼(hair clipper) 즉 이발기구의 이름이다. 프랑스의 B&M 즉 바리캉&마르(Bariguant & Marre)라는 회사가 최초로 만들어 전 세계에 퍼지면서 헤어클리퍼의 대명사가 됐다. 이 바리캉으로 지금 밥그릇 싸움에 한창인 집단들-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의(洋醫)와 한의, 이발사와 미용사들, 변호사와 변리사들의 뾰족뾰족한 성깔들, 이기적인 생각들의 분자구조를 싹싹 깎아서 단정하게 조용하게 할 순 없을까? 국민 희망사항이다.
○…한의사들이 "감기, 한의원에서 한방에 보내세요"란 포스터를 붙이자 내과의사들이 발끈, "한약 복용, 요주의!"란 포스터를 걸어 싸움이 붙었다.감기환자가 아니라도 매상(?)이 괜찮으면 이런 분쟁 생길 리가 없다. 신경질나 죽겠는데 옆에서 건드리니 예 제서 폭발한다. 대화는 없다.
○…변호사 대(對) 변리사'법무사'공인중개사 간의 밥그릇 다툼도 볼썽 사납다. 사시(司試)합격자가 한해 1천명씩 콸콸 쏟아지고 그 중 70%가 변호사 개업을 해야할 판이니 무관심했던 '관할구역'을 넓혀보겠다는 심사다. 대한변리사회가 그냥 앉아있을 리가 없다. 여기도 분쟁만 있고 대화는 없다.
○…이'미용사의 '바리캉 대결'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선공(先攻)은 이발사들이 했다. 미장원에서 바리캉을 못쓰게 해달라는 요구다. 보건복지부는 미장원 바리캉을 일단 '불법'으로 판단했다. 이발사들이 좋아했다. 그리고 바리캉을 쓰고 싶으면 미용사들도 이발자격을 따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번엔 미장원들이 좋아했다. 결국 이 싸움에 득(得)보는 것은 이용학원이다. 퇴폐영업으로 한창 재미볼 때 초'중'고생 머리를 미장원으로 내몰지 않았더라면 이런 분쟁 아예 없었을 터이다. 이러니 대화도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칼날의 내구성이 3배나 되는 바리캉을 개발했다고 한다. 종래의 것은 티타늄 코팅으로 날의 표면이 쉽게 닳았는데 '스테인리스 스틸'칼날에 질소이온을 초고속으로 때려넣어 수명이 적어도 1년은 된다는 거다. 이 기술은 물리학 연구용인 양성자가속기 덕분에 가능했다. 지금 이발소'미장원에서 쓰는 바리캉은 전부가 비싼 수입품인데 그 대체효과도 엄청난 셈. 이 뛰어난 바리캉으로 의사 변호사 이'미용사들의 욕심을 커트했으면 한다.
강건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