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 만들기'운동 확산

입력 2005-02-26 10:18:33

결혼 15년차인 대기업의 모 부장. 우울증이 심해 몇 번이나 가출한 아내와의 결혼 생활이 파탄 직전이었던 그는 실오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부부교육에 참여했다. 그 자리서 그는 아내를 부둥켜안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집에 들어가기 싫고 柄鍛募?생각에 珦?마시며 밤거리를 헤매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도 저만큼 쓸쓸한 줄은 몰랐습니다. 한때는 사랑해 결혼했는데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육을 마치며 그가 쓴 편지를 읽는 순간 교육장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그도, 아내도,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부부들도 눈물을 닦으며 쿨룩거렸다.

얼굴만 맞대면 싸웠다는 다른 부부는 "서로 마음의 문을 꼭 잠근 채 살았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결혼도 행복해지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교육을 받는 게 쑥스럽기만 했다"는 한 부부는 "함께 요가를 하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구석구석 만져주고 저녁 단 둘이서 와인을 마시며 그 동안 쌓인 감정을 모두 씻어냈다"며 즐거워했다.

매일 2쌍이 결혼하고 1쌍이 이혼할 정도로 한국 가정의 모습이 일그러져 가고 있다. 가정이 행복해져야 건강한 직장,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너무도 자명한 '행복한 가정만들기' 운동이 새삼 돋보이는 세태다.

현대자동차 대구지역본부는 최근 직원 부부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가정 만들기 감수성 훈련을 실시했다. 아내와 함께 참여한 안대근(36) 대리는 "경기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에 가정이 불안하면 직장생활도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며 "참여한 부부 모두 즐거워하며 부부간의 고충을 이해하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LG 필립스 LCD, LG전자,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등 지금까지 이 교육을 받은 부부는 3천600쌍 정도. 구미 삼성전자 등 부부 교육을 검토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카운피아심리상담연구소의 전종국(45) 대표는 "부부가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며 "회사에서 사원의 가정을 지켜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민간, 종교단체에서 펼치는 부부 교육, 상담활동도 활발하다. 열린가정행복센터는 내달 7일부터 4개월 동안 대구시여성회관에서 행복한 부부를 만드는 대화기술, 남녀의 차이 알기 등을 내용으로 한 '행복한 가정 건강한 가정' 세미나를 마련한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행복한 가정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장경화(46)씨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며 "예비 부부들을 교육하는 가나강좌에 매달 평균 150명의 미혼 남녀가 참여하고, 신혼 노부부 할 것 없이 상담을 많이 한다"고 했다.

기독교계의 샬롬가정행복연구소, 행복한가정운동본부, 아름다운 성경연구원, 대구행복의집, 가정행복학교 등지에서도 종교 차원을 넘어 부부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혼 직전의 가정을 회복시키는 상담,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경희 열린가정행복센터 원장(대구고등법원 가사조정위원)은 "올해부터 건강가정기본법 시행으로 도입한 이혼 숙려(이혼 전 깊이 생각함) 기간이 상담가 등 전문가의 개입이 없이는 효과가 떨어진다"며 "국가 사회적으로 부부 문제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부부 교육 상담 전문기관

열린가정행복센터 053)555-1491

카운피아심리상담연구소 053)654-6636

샬롬가정행복연구소 053)567-0914

행복한 가정운동 053)250-3068

행복한가정운동본부 011-527-0961

가정행복학교 053)813-3131

사진설명 : "마음을 나누면 행복해져요." 행복한 가정을 위해 부부 교육, 상담활동에 힘쓰고 있는 열린가정행복센터, 카운피아심리상담연구소 관계자들이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모든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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