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저의 스승이자 작업실입니다."
산(山) 전문 사진작가 장국현(62)씨는 1년의 절반 이상을 산에서 보낸다. 한 컷을 찍기 위해 설악산으로, 백두산으로 그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전국의 산속을 누비고 있다.
장씨가 처음 산을 만난 것은 1989년. 당시 우리나라 최초로 백두산 사진을 찍으면서 말할 수 없는 감명을 받았다.
"8시간을 꼼짝 않고 한자리에서 천지 사진만 찍었어요. 그때 단 한번에 산에 빨려들었죠. 그 후 지금까지 매년 백두산을 찾고 있고 백두산만 생각하면 뜨거운 눈물이 납니다."
장씨는 그 감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며 카메라에 산을 담기 시작했다. 영남대 약학대를 졸업한 그는 산의 매력에 빠져 본업인 약사도 팽개치고 후배들에게 맡겨놓은 지 오래다. 그가 으뜸으로 치는 산은 역시 백두산. 전국 거의 모든 명산을 다녔지만 몇 년 전부터는 욕심을 버리고 '산을 버리는' 작업을 해왔다. 이 때문에 그에게 노력한 만큼 자신을 보여주는 백두산,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덕유산을 주로 오른다.
"산에서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어요.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등산로를 벗어나 험한 곳을 누벼야 하니까요. 깜깜한 밤, 비오는 날 가리지 않고 다니다 보니 이젠 비경을 찾는 영감도 받게 됩니다."
산 사진을 찍으러 가는 길은 고행에 다름아니다. 20㎏이 넘는 사진 장비를 들고 하루 17시간 이상 산행을 감행해야 할 때도 많다. 하지만 이런 고생에도 불구하고 산의 허락이 있어야만 좋은 풍경을 맞이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하늘의 도움 없이는 좋은 산 사진을 만나기란 불가능합니다.
산은 워낙 변화무쌍해, 수십 번 같은 장소를 오르내려도 찍고싶은 광경을 만나긴 힘들죠. 이 때문에 칠흑 같은 밤에 산속을 헤매고 다니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10년 전, 한라산에서 찍은 일출 사진이란다. 일주일간 폭설이 내린 끝에 찍은 사진이라 고생도 남달랐다고. 장씨는 산이 주는 선물이나 다름없는 이 사진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에도 꾸준히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백두산 사진전을 개최, 수익금 1억5천여만 원을 난치병 어린이돕기에 사용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장씨는 실은 산의 정기가 자신을 돕는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앞으로 장씨는 소나무 사진에 여생을 바칠 계획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른아홉 그루 소나무를 카메라에 담은 후 명산에 묻힌 채 알려지지 않은 소나무도 찾아나설 계획이다.
"민족의 정기를 고스란히 간직해온 소나무가 최근 재선충으로 말라가고 있어요. 이러다가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자취를 감추지나 않을지 안타깝습니다."
산과 늘 함께해서일까. 장씨는 어느새 산과 닮아 있다.
"산은 삶의 방법까지 다 가르쳐줬어요. 내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없애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산에게 모든 것을 맡겨 절대적 행복을 누리고 있죠.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산에서 산과 함께 할 겁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사진설명 : 1년 중 절반 이상을 산에서 보내며 산 사진에 몰두하고 있는 사진작가 장국현씨. 정운철기자 woon@imae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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