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인간이기 때문에 갖추어야 할 의무

입력 2005-02-26 08:53:17

개인이 집단을 상대해서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 개인이 사회적 약자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드러난 청암복지재단의 비리는 이런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의 실상은 참혹할 정도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개 사육장 옆의 난방시설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창고 방에서 숙식을 했다. 폐쇄된 장갑 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한 대가로 받은 월급이 고작 5천~2만 원 정도였고, 이마저도 몇 달씩 지급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관리자들의 폭행과 구타가 만연했고 유통기간이 지난 부실한 간식과 음식이 제공됐다. 세면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가축 냄새가 몸에 배어 있을 정도였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 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재단을 운영해온 인사들이 거의 대부분 친인척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런 인적 구성은 구조적인 비리를 잉태했다. 출근부에 이름만 등재한 채 임금을 지급한 사례, 시설물 교체비 및 운영비 등 정부 보조금 횡령 등 다른 의혹들도 무수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태가 이런 지경에 오기까지 관할 구청이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관리하는 것이 공무원의 역할이라는 현실이 더욱 서글퍼진다.

우리는 때때로 복지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고 있는 비인간적인 사태를 참으로 많이 직면하게 된다. 복지의 의미는 단지 시설의 복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복지는 인간으로서의 참다운 대우를 말한다.

약자에게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가 있다면, 기득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인간이기 때문에 마땅히 가져야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성서공동체FM방송국 대표 정수경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