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내부 위기로 핵 포기 못해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요구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불가능하며 미국은 북한보다는 한국 및 중국과 시급히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국제문제 전문가들이 25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서 주장했다.
세계정책연구소(WPI) 선임연구원 겸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 대표인 이언 브레머와 탈북자 지원단체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국제조정 담당자 영 하워드는 각각 IHT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입장을 잘못 이해해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고집하고 있으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이 최후로 의지할 군부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브레머는 북한이 CVID를 위한 국제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정권 유지에 역행하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 미국은 북한을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함으로써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지만 국제적 고립 심화야말로 바로 김정일이 원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CVID가 실현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의 이웃인 6자회담 참가국들이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일본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는 북한 정권을 압박함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CVID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다음 조치는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 대로 북한의 핵무기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면서도 '햇볕정책'은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정작 '공동의 우선순위'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브레머는 지적했다.
그는 북한핵 문제가 일반의 인식보다 더 급박성을 띠고 있다며 김정일이 다음 단계로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차기 6자회담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미국은 타협 가능한 상대인 한국 및 중국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유일한 협상수단인 핵 계획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북미간 직접대화는 무의미하다며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에 대한 식량, 연료, 기타 인도적 지원을 한국과 중국에 약속하고 북한이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에는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되 다른 6자회담 국가들로 하여금 북한이 핵물질을 사고 팔지 못하게 철저한 격리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대북압력을 줄이고 핵확산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레머는 그렇다고 해서 북한과 협상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며 다만 CVID를 최우선으로 고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하워드는 별도의 기고에서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역설적으로 정권의 취약성과 김정일 위원장이 군부 지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중국 국경주변 탈북자들 사이에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북한내 사정이 거의 실시간대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전처럼 식량난의 위기를 '미제국주의' 탓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북한 정치 지도자들 때문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7월 마구잡이식 경제개혁이 시작된 후 쌀값이 10배까지 치솟는 등 북한의 인플레는 심각한 수준이며 배급제도가 붕괴됨에 따라 주민들은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암시장에 생존을 걸게 됨에 따라 김정일이 신도 아니고 도움을 주는 존재도 아님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당 간부층에서 돈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이 엷어지고 있으며 일부 고위층은 정권 붕괴에 대비해 가구당 30만 달러를 모으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하급 관리와 경찰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겨울 도(道)간 통행증 발급에는 2달러, 평양이나 중국 접경지역까지 통행증에는 5달러, 두만강이나 압록강 도강을 묵인하는 데 30달러의 가격까지 정해졌으며 70달러를 주면 정식 여권도 발급받을 수 있는 실정이라는 것.
하워드는 이런 현실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군부의 지지를 유지할 필요를 절감하고 있으며 그의 '선군(先軍)정책'의 중심에 핵무기 프로그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권력 입지를 무너뜨릴 핵포기 압력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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