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정부 젖만 빠는 국립대학, 이젠 홀로서기를

입력 2005-02-23 13:44:56

대학 개혁이라는 말은 대학과 전혀 무관한 일반 사람에게도 이젠 식상할 정도로 때 묻은 말이 된 것 같다.

그러나 대학 개혁은 이 시대 최대의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고등학교 교무실 문 앞에 '잡상인, 대학교수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을 정도로 경영이 열악한 대학의 교수는 강의와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 난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일부 대학에서 대학의 구조조정이 마치 대학 간의 합종연횡으로 정부지원금을 챙기는 얄팍한 수순으로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있는 것 같다.

지방 국립대학의 이웃해 있는 대학과의 합종연횡 형식이나 지방 사립대학이 같은 재단의 전문대학과의 통합을 마치 대학구조조정의 기본인 양 하는 것이 정부의 개혁을 선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점이 더욱더 큰 문제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 정원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또 대학을 안정된 구조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가 대학구조조정의 가장 큰 핵심 문제라고 생각한다.

먼저 국립대학이 이러한 현실의 난관을 극복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국립대학 정원을 3분의 1 이상 줄여서 대학의 학문적 질을 경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학생과 교수의 비율을 선진국가의 수준으로 높이는 동시에 여기에 따른 재정적 확보 방안은 정부가 일부 보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일본처럼 국립대학교의 법인화를 추진한다든지 대학 자체의 재정 확충방안을 스스로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일 국립대학교가 이러한 방향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한다면 학생 확보에 실패하여 경영난에 봉착한 사립대학에 인적 자원이 분배되기 때문에 우선 사립대학교의 경영 문제가 어느 정도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매우 간단한 해법으로 보이지만 이를 시행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처럼 대학의 구조조정이 마치 지방대학 간의 아무 이유나 논리적 근거 없는 짝짓기 형식으로 진행된다면 지방대학, 특히 지방사학과 전문대학의 도산이 도미노를 이룰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며 대학교원의 실직현상이 가중됨으로써 학문후속세대들의 영입과 학문세대 간의 균형이 어느 순간 무너질 것은 명백하다.

국립대학의 구조조정의 단초는 학생정원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립대학의 경영을 지원해 주면서 대폭적인 교수인적 자원을 영입하도록 유도하면 이 위기가 대학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국립대학도 정부의 젖만 빨아먹는 유아의 단계에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대학 개혁의 첫 단초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상규(경북대 인문대 국문학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