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평가땐 대구가 최적
정부가 다음달 초 원전센터(원전수거물관리시설)와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분리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성자가속기' 사업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양성자가속기는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과 함께 대구를 R&DB(연구·개발 및 사업화) 중심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유치에 전력을 기울였던 지역 숙원사업. 후보지에 대한 현장실사 과정을 통해 대구(동구 율암·각산·상매동 일대)가 선정 기준에 적합한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했으나 원전센터와 연계 추진한다는 정부 방침으로 무산됐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간 국비 1천286억 원을 투입, 100MeV 20mA 급으로 건설될 계획인 양성자선형가속기 사업은 향후 1GeV 선형가속기 개발을 위해 1조 원 이상이 추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국책 과학기술기반 사업이다.
◇2년 전 어이없는 '좌절'
정부는 21세기 미래 원천기술 개발과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사업단장 최병호 원자력연구소 박사)'을 추진하기로 하고 2002년 12월 31일부터 2003년 2월 28일까지 양성자가속기를 설치·지원할 지역을 공모한 바 있다.
대구와 전북 익산, 전남 영광, 강원 철원·춘천 등 5개 지역이 경쟁에 나섰고, 2003년 3~4월 서류심사와 현장평가, 패널평가가 진행됐다
평가과정에서 교통망, 지질 안정성, 풍부한 연구인력, 포항 방사광가속기와의 공동연구 등 대구 입지의 우수성이 확인됨에 따라 2003년 4월 말 최종 입지 발표 때 '대구'가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2003년 4월 15일 정부는 돌연 '원전센터(원전수거물관리시설)'와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연계 추진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당시 전북 부안이 원전센터를 유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북 익산에 양성자가속기를 주기 위해 국책사업 계획을 원칙없이 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과 대구시의회, 대구 동구의회 등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바뀐 정부의 방침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원전센터 건설이 부안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되고, 새로운 후보지도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원전센터와 양성자가속기 사업 모두가 표류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성자가속기 사업 주관기관인 원자력연구소는 산자부에 이 두 사업의 분리 추진을 꾸준히 건의했다.
◇인구유입효과만 2만 명
우주 생성 및 물질 근원을 연구하는 첨단 기초과학 연구시설인 양성자가속기가 설치되면 원자력·생명공학·의료분야를 비롯한 산업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따라서 구미 전자, 창원 기계, 포항 철강, 울산 자동차 등 대규모 산업단지로 둘러싸인 대구에 양성자가속기가 유치될 경우 경제·산업적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기술 창출에 의해 연간 300억 달러의 세계시장 진출이 예상되고, 가속기 장치분야에서 연간 5천200만 달러의 수입대체 및 1천만 달러 수출이, 가속기 빔 이용분야에서 연간 6억1천만 달러 수입대체 및 2천500만 달러 수출이 기대된다고 양성자사업단은 분석하고 있다.
양성자가속기를 유치한 지역은 860명의 전문인력 고용과 30개 이상의 첨단벤처기업이 창출되고, R&DB인력을 비롯해 2만여 명의 인구유입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양성자 기반공학 기술개발 단계에 따라 △20MeV: 다기능 플라스틱 등 기능성 신소재, 차세대 초고집적회로(ULSI), 작물·화훼 등 신종 유전자원 개발, 전력반도체 △100MeV: 내 방사선반도체 소자, 인공위성 탑재 장비, 전자전 무기체계 등 국방 응용 △250MeV~IGeV: 초정밀 양성자 유도기술, 간암·폐암·식도암 치료, 단백질 단시간 분석 및 신약 개발, 난치병 치료와 노화방지 및 수명연장 연구, 신종 동이원소(RI)를 이용한 진단 및 치료, 핵종변환을 통한 핵폐기물 처리기술 등의 구체적 산업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향후 대책
우선 양성자가속기 사업이 원전센터와 분리 추진될지 다음달 초 예상되는 정부 발표가 관건이다.
분리 추진되더라도 공모와 평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할지, 아니면 지난 2003년 4월 중단됐던 일정을 그대로 진행시킬지도 관심사다.
이미 시행된 공모·평가 절차를 인정할 경우 평가점수에 따라 양성자가속기 입지를 발표하면 곧바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무원칙 탓에 10년간의 사업기간 중 2년을 아무 하는 일 없이 허송해 버린 만큼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양성자가속기 지역 유치에 보조를 맞춰온 대구시와 경북도는 전문가들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만 보장된다면 대구 유치를 확신하고 있다.
경주 태권도공원과 같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입지가 결정되지 않도록 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셈이다.
정원재 대구시 과학기술진흥실장은 "분리 추진 방침이 공식 확인되면 곧바로 경북대를 비롯한 대구·경북 대학과 연대해 양성자가속기 유치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라면서 "대경과기연에 이어 양성자가속기를 유치할 경우 대구는 산업기술도시로서의 확실한 비전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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