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드라마' 키워드

입력 2005-02-23 08:50:18

튀는 악역 중견 카리스마

요즘 소위 '뜨는' 드라마들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 못지않은 매력을 지닌 악역들과 중견 배우들이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과 악이라는 판에 박은 듯한 구분은 사라진 지 오래. 현대 감각에 맞게 매력적인 악역이 이유 있는 악행을 저지르며 극의 긴장감을 더하고 중견 배우들은 세월이 묻어나는 무르익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튀는 악역=드라마 속 악역 캐릭터가 업그레이드됐다.

요즘 드라마 악역들은 주인공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아무 이유없이 주인공을 괴롭히거나 극중 보조 장치에 불과했던 과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KBS2 '해신'의 송일국과 KBS2 '쾌걸춘향'의 엄태웅은 대표적인 케이스. 극중 염장 역으로 나오는 송일국은 주인공 장보고(최수종)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냉혈한이지만 정화(수애)를 향한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눈물을 흘린다.

여성 시청자들은 염장의 악행의 이면에 짙게 배어있는 정화를 향한 순애보에, 남성 시청자들은 주인 이대인(김갑수)을 섬기는 충성심과 남자다운 의리에 매력을 느낀다.

'쾌걸춘향'에서 변학도 역을 맡은 엄태웅은 고전처럼 백성들의 고혈을 탐하는 탐관오리가 아니라 깔끔한 정장 차림의 연예기획사 사장이다.

능력있고 매너가 좋은 데다 춘향을 물심양면으로 지켜준다.

물론 악역답게 몽룡의 앞길을 철저하게 방해하고 비열한 수단과 방법도 거침없이 동원한다.

주인공을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갖춘 악역들도 곳곳에 등장한다.

'해신'에서 채시라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자미부인을 연기하고 있다.

사극 '여인천하'에서 '뭬야!' 한마디로 미움을 독차지했던 도지원은 SBS '토지'에서 경빈 박씨를 능가하는 홍씨부인으로 출연해 악역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또 김현주(서희)와 대립각을 세우는 유해진(김두수)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용정으로 온 서희의 집에 불을 놓는가 하면 달리는 마차에 총을 쏴 서희를 다치게 한다.

또 일제의 밀정으로 활약하며 인신매매 등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중견의 힘=뒷자리로 물러났던 중견 배우들이 전진 배치되고 있다.

가족들이 식사하는 장면에만 등장한다고 해서 '밥상용 배우'라는 표현까지 들었던 중견 연기자들이 무르익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SBS 드라마 '사랑공감'이 대표적인 경우. 극중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이미숙과 바람둥이 남편 황인성, 사랑 없는 결혼으로 괴로워하는 전광렬과 견미리의 능숙한 연기에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시트콤의 중흥을 이끌고 있는 MBC '안녕 프란체스카'의 심혜진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무표정한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코믹연기를 소화하는 심혜진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찬사가 줄을 잇는다.

10년 만에 돌아온 '봄날'의 고현정도 변함없는 외모와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주말드라마에서 중견 배우들의 힘은 더욱 두드러진다.

KBS '부모님전상서'는 중·장년 배우들이 극의 중심을 차지한다.

자폐아 자녀를 헌신적으로 키워내는 어머니 역을 맡은 김희애의 눈물 연기와 송재호, 김해숙 등 연륜 있는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MBC '한강수타령'에서 억척스럽고 헌신적인 어머니 역을 맡은 고두심의 연기도 돋보인다.

중견 배우들의 활약은 젊은 감각과 유행, 그리고 신세대 위주의 자극적 소재, 빠른 템포, 화려한 볼거리를 특징으로 하는 트렌디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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