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럼-교토의정서 발효의 본질

입력 2005-02-22 08:54:20

교토의정서의 발효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대응을 보면, '달을 보라고 손짓을 하였는데 달은 보지 않고 왜 손가락만 쳐다보느냐'는 불가의 선문답이 우선 떠오른다.

교토의정서는 20세기 중반 이후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지구환경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국제사회가 마련한 불가피한 자구책에 다름이 아닌데, 우리사회는 이런 본질적 문제는 제쳐두고 온실기체 저감노력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부담에 대해서만 이슈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사회의 이러한 접근이 장래에 얼마나 큰 해악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교토의정서가 담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막연한 거부감을 가질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기체 저감을 위한 실천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이 온실기체 저감에 흔쾌히 나서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할 정부와 언론에서 오히려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지난 100여 년에 걸쳐 발생한 기온상승 속도는 과거 1만 년 동안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고, 해수면의 상승은 지난 3천 년 동안에 발생한 것보다도 30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가뭄으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사람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12억 명 이상 발생하였으며 홍수와 이상기상으로 인한 인명과 경제적 피해는 해를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20~30년 이내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구환경의 변화는 먼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이다.

지금 천덕꾸러기 신세로 보이는 쌀의 경우에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가까운 장래에 심각한 공급불균형이 예상된다고 한다.

양식조건에 맞는 어장을 잃을 것이며, 해수면의 상승으로 서·남해에 인접해 있는 저지대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 네덜란드처럼 방조제를 쌓아 연안지역의 침수에 대처하려면 일본경제 전체가 파탄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러한 위기상황을 억제하는 노력을 전 세계인이 같이 하자는 것이 교토의정서의 본질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리 정부와 언론의 대응 방식은 이웃 일본을 포함한 선진 국가들과 현저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지난 1997년에 기후변화협약 실천을 위한 제3차 당사국 회의를 교토에 유치하면서 일본국민들에게 기후변화협약의 의미와 기후변화 시대에 생존하기 위하여 대처하여야할 문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일본정부는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었다.

국민의 이해를 얻는 과정에는 시민단체(로컬아젠다 운동, 대구의 경우 '맑고 푸른 대구21'에 해당)의 활동과 언론의 뒷받침에 힘입은 바가 컸다.

기후변화시대에 적응하여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이해와 자발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리우 유엔환경회의에서도 지역단위에서 시민의 주도적 역할을 마련하도록 결의한 바 있다.

일본은 이러한 노력의 바탕 위에서 지구온난화방지 종합법안을 마련하여 교토의정서에서 강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교토의정서에 불참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조차도 '미국 국가적 평가: 기후변동과 변화로 예상되는 잠재적 영향(2000)'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기후변화가 미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하여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영국에서도 해당 지역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적 위약성을 파악하여 장기적 국가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은 기후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2002년에 수상이 위원장을 맡고 각 부처의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지구온난화방지 이니셔티브 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부서별로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예산도 이 위원회에서 조정하여 분배하고 있다.

국가차원의 종합적 대응 전략을 마련한 후에, 정부의 모든 부서에 반영시키는 체제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여 멀지 않은 장래에 닥쳐올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 시대에도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계명대 환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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