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서울대) 팀이 지난해 하반기에 연구 재개를 공식 선언하면서 국내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졌었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국제적 협약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서 왔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세계 생명공학계 정상'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는 사이 외국 언론과 학계는 이 연구가 인간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고, 종교계는 '해서는 안 될 일'로 비난했었다.
◇ 유엔총회 법사위원회가 18일 인간 복제를 금지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인간 복제가 인간의 존엄성 및 생명 보호와 양립할 수 없으며, 회원국은 모든 형태의 인간 복제를 금지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그 골자다. 이 문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지 4년 만에 이뤄진 191개 회원국의 표결 결과는 금지 찬성이 71표, 반대 35표, 기권 43표로 나타났다.
◇ 복제 금지에 찬성한 나라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코스타리카 등이며, 우리나라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싱가포르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반대했고, 이슬람 국가는 기권했다. 미국 등은 '승리'를 주장했으나 우리나라'영국 등은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며, '치료 목적의 복제 연구를 계속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 유엔의 이 선언문은 총회에서도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어떤 효과를 가져올는지는 미지수다. 아직 이 분야엔 관련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인간 복제와 관련될 수 있는 연구는 법적 통제 대상이기보다 윤리적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의 선언과 총회 통과에도, 난치병 치료를 지향하는 '과학의 가치'와 '생명 윤리'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과학 연구와 생명 윤리의 조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도 "장차 로봇 군단의 공격을 막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수한 인간들을 대량 복제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런 논리로 복제가 허용된다면 미래의 사회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인간과 동물의 교배 실험 보편화, 여성 지위와 가정 구조 파괴, 성과 생명 윤리의 붕괴 등은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