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영주소방서 입니다." "헉헉…여보세요…국망봉...비로봉" "어디요?" "비로봉 전방 400m지점...바람이 너무 불어 움직일 수가 없어요. 도와 주세요. 구조대 좀 「?보내주세요".
한파주의보가 내린 19일 오후 8시24분쯤. 전화 벨소리가 영주소방서 상황실의 적막을 깼다. 다급한 목소리의 SOS 휴대 전화였다. -25℃를 밑도는 강추위와 초속 20~30m의 강풍이 몰아치는 눈덮인 소백산 정상 비로봉(해발 1,439m) 아래 400m 지점에서 산행을 나섰다 조난을 당한 강모씨(29.경기 부천시) 등 4명의 애절한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알아 듣기 조차 어려울 만큼 꽁꽁 얼어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구조대가 긴급 출동한 것은 밤 8시30분쯤. 영주소방서와 풍기 소방파출소에서 근무중이던 구조대원 10명은 로프와 옷가지 등 구조장비를 챙겨들고 1차 선발대로 출동했다. 뒤이어 비상소집된 구조대원 14명과 경찰 13명, 의용소방대원 15명도 가세했다.
이들의 혹한속 목숨을 건 구조의 사투는 20일 새벽4시30분까지 무려 8시간 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평소 3시간 걸리는 익숙한 코스지만 등산로 곳곳이 눈과 얼음이 얼어붙고 강풍이 몰아쳐 칡흑같은 어둠 속을 뚫고 산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119 구조대가 산을 오르고 있을 무렵 소백산 국립공원 북부 관리사무소(충북 단양) 이상철 보존계장(36) 일행도 10시15분쯤 구조작업에 나섰다. 구조요청 3시간여 만인 밤11시45분쯤 비로봉 전방 400m지점 등산로에서 국립공원 직원들과 의무소방요원이 조난자들을 첫 발견 했다.
조난자 4명은 침낭 속에서 거의 언 상태로 누워 있었고 저체온증에 시달려 위험한 상황이었다. 능선에는 초속 20~30m의 강풍이 몰아쳤고 구조대원들은 제대로 서기 조차 힘 들었다. 구조에 나섰던 영주소방서 풍기파출소 심영기(41.소방교) 반장은 "강풍으로 몸을 가눌 수도, 앞을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안전시설인 밧줄을 잡고도 바람으로 2~3번씩 밧줄을 놓쳐 나 뒹굴었다"고 말했다. 필사의 구조작업이 계속됐다.
들 것에 싣고 어깨를 부추기고 등에 업고... "자면 죽는 거야. 정신 차려요! 말을 해, 말을..." 뜨거운 물을 마시게 하고, 뺨을 때리고, 언 몸을 주물렀다.
그러나 조난자 중 최모(36·여·시흥시)씨는 점점 혼수상태로 빠져 들었다. 20일 새벽 4시40분쯤 하산했을 때는 이미 몸이 싸늘히 식어 있었다. 권오규 영주소방서 119구조대원은 "하산도중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진 최씨를 살리려 심폐술과 마사지를 필사적으로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구조된 오모(36)씨는 "강풍이 몰아쳐 몸을 가눌 수 조차 없었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행히 휴대폰 사각지대가 아니어서 구조요청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구조대가 올 때까지 등산로 아래에서 침낭 속에 들어가 동료들과 서로를 격려하며 '자지말라'고 재촉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의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며 "플래시 불빛과 인기척이 들려 순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만 한사람이..."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사진설명 : 구조에 나섰다 동상 등으로 입원한 대원들. 사진 왼쪽부터 심영기(42. 영주소방서 소방교), 우승박(23. 의무소방대원), 정선우(22), 정대영(22)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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