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지대가 많은 경북지역에 사통팔달로 교통망이 뚫리면서 야생동물이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도로 개설시 야생동물들의 안전이동을 위한 통로를 제대로 확보않은데다 불안한 이동을 막는 안전펜스 조차 제구실을 못해 차량에 희생당하는 소위 '로드킬' (road-kill)'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와 국도 28호선, 국도 4호선 등 4차로 이상 도로가 개통된 영천지역 경우 제대로 된 생태통로를 갖추지 않아 먹이와 짝짓기를 찾아 도로를 횡단하는 동물의 피해가 속출, 이들 도로마다 하루 평균 7~10여건의 로드킬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사고 다발지역인 영천지역 도로는 올 2월 보호종으로 등록된 고라니와 너구리 오소리 족제비 등의 주요서식지로서 심각한 피해가 예고되고 있다.
11t 카고 차량을 운전하는 이정우(44·대구시 범물동)씨는 "지난 달 대구에서 포항으로 가다가 영천 화남터널 근처에서 갑자기 뛰어든 고라니를 보고 급정거하기도 했다"면서 "산악지형인 탓에 고속도로에서 짐승들의 사체를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 생긴 국도에는 이 같은 펜스와 이동통로가 아예 없다.
대구~영천~경주를 잇는 신설된 국도 4호선은 영천의 북안터널 부근 경우 최근 사고가 끊이질 않는 곳이며 국도 28호선 감령재 인근이나 고경 통과지점 등도 사고다발 지역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안동과 의성, 영양 등의 산간도로에서도 멧돼지와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만 10여건이 발생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김용복 경북지회장은 "영천을 비롯한 동부지역 도로에서만 한 달에 1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된다"면서 "실제 피해는 3~4배가 넘을 것"이라 말했다. 김귀곤 서울대 환경생태계획학 교수는 "도로를 건설할 때 주변 생태계와의 연결성을 고려하고 동물들이 도로를 적극 이용하도록 유도펜스를 설치하고 통로 위에다 숲 터널을 병행해야만 로드킬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북 북부는 각종 도로의 60% 정도가 산지를 끼고 야생동물이 많아 피해가 더욱 심각한 실정. 중앙고속도로는 건설 당시 환경영향평가 기준에 따라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고속도로 변의 가드펜스와 방지망 등을 설치했지만 야생동물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특히 도로와 양편 산지를 잇는 육교형 이동통로 시설이 전혀 없어 먹이를 찾거나 서식지를 바꾸기 위해 도로를 건너 다니는 고라니 같은 몸집 큰 야생동물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
한국도로공사 영주지사가 지난해 남안동~단양 IC 구간 중앙고속도로상에서 발생한 야생동물 로드킬 집계에 의하면 고라니 9마리, 멧돼지 2마리 등 총 34마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천지역 경우 김천과 무주를 잇는 3번 국도를 비롯, 남면과 대구 간 5번 국도, 대덕·증산면 간 도로 등도 로드킬 사고가 빈발하는 곳. 박길하 김천시 토목담당은 "경부 및 중부 내륙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 김천지역의 도로에 생태도로가 만들어진곳은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하댐 인근 야산에서 서식하던 멸종 위기 희귀동물인 대륙목도리 담비 한마리가 지난 18일 오후 6시쯤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마을 앞 안동∼포항 간 국도에서 1t트럭에 받혀 숨졌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영천·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김천·이창희 기자 lch888@imaeil.com
사진:지난 18일 안동에서 로드킬로 희생된 세계적 희귀동물인 대륙목도리 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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