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포커판을 벌이다 고향에서 보내 온 하숙비를 날려 버리고 하숙집 주인의 눈칫밥을 먹던 대학가 풍경은 이제는 옛말.
신학기를 맞아 대학 신입생이나 재학생들이 숙소를 구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과 사생활 침해를 원치않는 요즘 대학생들의 성향은 대학가 주거 풍속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대학가에서 하숙을 치는 곳은 학교마다 손꼽을 정도. 하숙은 사라지고 기숙사와 원룸만 성시를 이루고 있다.
◇하숙이 사라졌다.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주변과 경산 영남대 주변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백여 가구에 이르는 하숙촌이 형성됐다. 2000년대 들면서 '원룸붐'이 일면서 하숙이 퇴조하기 시작,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하고 있다. 영남대 주거정보 센터에 등록된 하숙집은 6개소. 이마저도 이용신청이 드물 정도로 대학생들이 하숙을 기피하고 있다.
경북대 주변도 학생들에 따르면 하숙집이 20여 곳이 안될 정도다. 하숙의 경우 식사나 귀가 등에서 어느 정도 속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대학생들의 취향과 맞지 않아 기피한다. 송모씨(57·북구 산격동)씨는 "적어도 4, 5명은 하숙을 쳐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지만 이마저도 채우기가 쉽잖다"며 "오랫동안 하숙을 쳐왔기 때문에 학생들을 받지 이제는 그만두어야 겠다"고 말했다.
◇기숙사 입주는 인기
다른 지역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대구권 각 대학들은 기숙사 확대에 열성이다. 요즘 짓는 기숙사는 각종 휴게실과 헬스장, PC룸 등을 갖추는 등 시설이 준 호텔급. 또 한 학기 평균 관리비와 식비를 포함해 이용료가 60만~80만원 선에 불과해 하숙이나 원룸 보다 비용부담이 비교가 안돼 인기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1천500~2천명을 수용할 수 있고 신입생들에게 평균 절반을 배정한다. 대학 기숙사 입주 경쟁률은 평균 2~3대 1정도. 각 대학은 성적 등 엄격한 기준을 정해 학생들을 입주시키고 있다.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외지 학생들은 전화로 통 사정을 하거나 일부는 직접 찾아와 담당자들에게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계명대 기숙사 행정실의 유영조씨는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기숙사가 더 인기 있는 것 같다"며 "입주권을 얻기 위해 애교 넘치는 로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원룸이 대세
영남대 주변 경산시 삼풍동, 압량동 일대와 계명대 정문 쪽의 대구 달서구 파산동, 북문 쪽 신당동 일대에는 거대한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 영남대 주거정보센터의 안수정씨는 영남대 주변에 정문 쪽 320여 개 등 700여 개소의 원룸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곳은 하양 쪽의 대구대나 대구가톨릭대 학생은 물론 인근 전문대생들도 이용, 대학 사교장이 되고 있다. 계명대 인근 신당동과 파산동에도 학생과 근로자들을 겨냥, 1천여개소의 원룸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원룸 촌을 중심으로 먹을거리와 유흥업소가 밀집돼 학생들이 동네 경제를 걸머지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외부 원룸을 임대, 기숙사로 활용하면서 건물주에게 임대보증금을 보전해 주고 있다.
일부 대학생들은 생활비를 줄이고 생활편익을 위해 동거커플을 이루기도 한다. 이들은 부모가 불시에 찾아 올 경우에 대비, 원룸에 전화를 두지 않고 생활용품도 최소화해 비상시 긴급 처리 방법도 마련해 두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