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변호사, "출총제-행정중심도시안도 위헌"

입력 2005-02-19 10:24:11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을 이끌어낸 이석연(51) 변호사는 18일 "헌법상 극히 예외적이어야 할 정부개입을 원칙화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 타당성도 의문시된다"면서 기업활동에 불편을 주는 법령과 제도를 면밀히 검토해 헌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고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정부가 당정협의에서 만든 행정중심도시안도 헌법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경영원 주최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 참석, '헌법에 구현된 시장경제 원리와 헌법 합치적 경제, 사회정책의 방향'이란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 헌법은 정치사회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는 자유시장경제질서 등 두 축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분배 공정화를 위해 국가의 경제규제와 조정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기는 하나 이는 예외적이고 보충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출총제에 대해 얘기하면서 헌법적 정당성이 119조 2항에 있어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출총제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이어야 할 정부개입을 원칙화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영역에서 국경이 사라져 이에 맞춰나가고 있는 우리 기업에 5조 원은 되고 6조 원 이상은 안 되는 등의 폐쇄적 잣대로 투자활성화를 막는 것은 위헌 여부를 떠나 세기말적 현상"이라면서 "출총제는 하루 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헌법은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을 통제하거나 간섭할 때 국가안보상의 필요 등 명백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는 다반사로 관여하고 있다"면서 "접대비의 경우도 탈세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될 것을 정부가 정해 간섭하는 것은 그야말로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각종 진흥법, 촉진법, 육성법 등도 실질적으로는 국가개입의 근거규정이 되고 있다"면서 "기업에 불편을 주는 법률들을 '헌법포럼'에서 면밀히 검토해 헌법적으로 문제되는 것들을 고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적법절차가 무시되는 행위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하고 "현정부가 추진 중인 출총제, 기업집단지정, 집단소송제, 부동산가격안정대책 등을 집행하는 데 있어 헌법의 기본이념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설사 경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개혁이 추진되더라도 헌법적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에 대해 경영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데 권력행사 과정에서의 헌법 적합성도 요구해야 한다"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준하는 국정지배개선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장·분배 우선순위 논란과 관련, "헌법상 사회복지와 복지국가를 혼동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경제영역에서 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역동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는 민주화 대상이 아니며 결과가 평등하면 누가 노력을 하겠는가"라면서 "현 정부의 복지·분배정책은 하향평준화식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분배와 복지위주 사회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인기영합적 정책과 구호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정신을 강조하면 다른 정책은 어떻게 하느냐며 별개로 보는데 대통령의 행위는 헌법을 실현하는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헌재 폐지 등 엉뚱한 발언을 할 때마다 법치후진국 등의 지적이 나오며 국가신인도는 추락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 헌법은 상당히 진보된 헌법으로 이 테두리에서 사회정의, 경제정의를 위한 개혁을 할 수 있다"면서 "헌법을 뛰어넘는 개혁을 제시해서 헌법을 폄훼하는 것은 보편화된 가치를 훼손하거나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당정협의에서 만든 행정중심도시안과 관련, "한마디로 헌법에, 헌재의 결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면서 "수도를 이전하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서 공주·연기 도시를 교육, 과학, 문화도시를 집중개발하고 그 주변으로 기업도시, 산업도시로 발전시키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그는 "끝까지 거기에 매달려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양식의 문제"라면서 " 지금 그런 식으로 해봤자 다시 또 어려워지고 충청권 도민들에게 두 번 실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국제경영원 측이 "민감한 내용"을 들어 강연원고를 배포하지 않은 것과 관련, "민감한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니고 헌법정신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면서 "요즘 헌법을 강조하면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를 하는데 헌법에 입각한 선택을 펼수록 국가가 융성하고 경제회복도 빨라진다"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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