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식 때 무궁화대훈장 받기를 고사한 사실은 아직도 신선하다. 그는 "5년 간 봉사한 뒤 퇴임할 때 신임 대통령으로부터 받겠다"며 선금(先金) 받듯 훈장부터 받는 코미디를 거절한 것이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축하는 들어서는 자의 것이 아니라 물러서는 자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충언했다. 가슴을 치는 말씀이다.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2008년 2월 신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 중국 공안에 붙잡혀 다시 북으로 끌려간 국군포로 한만택씨 가족이 지난달 31일 청와대를 찾아가 국방보좌관실의 만류를 뿌리치고 훈장을 반납했다. 목숨 걸고 탈출한 국군 포로가 강제북송되도록 힘 하나 못쓴 우리 정부의 무능에 대한 항의였다. 국민들은 99년 8월의 어느 날을 기억한다. "내 아들 하나 지켜주지 못한 조국, 이제 떠나렵니다. 당신이 준 훈장을 반납합니다"-경기도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로 일곱살 아들을 잃은 필드하키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 김순덕씨는 이렇게 사랑하는 조국을 떴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할 때 거기 사는 사람들은 슬프다.
◇ 2주전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 연방의원 20명은 탈북자를 돕다 납북된 우리 김동식 목사의 행방과 생사를 밝힐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서한을 북한당국에 보냈다. 설명이 없으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반대하겠다고 했다. 김 목사가 영주권자이며 그 부인과 가족이 일리노이주 주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 고이즈미 일본총리 또한 직접 방북을 통해 납치됐던 일본인들을 데려왔다. 이후 일본은 대북 협력에 앞서 6자회담이든 어디서든 '납치'부터 얘기한다. 자국민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 의무 위에 있는 국가의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대한민국 윤광웅 국방장관은 엊그제 국회 답변에서 "북한내 생존 국군포로가 542명이다"고 밝혔다. 또한 500명 가까운 납북어부가 북한에 있음은 정부의 통계자료다.
◇ 2000년 이후 4년간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이 17만2천명이란 통계가 최근에 나왔다. 이민'유학'동거 등 장기 출국으로 인한 '순유출(인구감소)도 4년간 근 32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국제화의 진전'이라는 전향적, 긍정적인 측면도 물론 있지만 '왜 떠날까?' '왜 훈장을 반납하려 할까?'를 자문해 보는 것 또한 지배계급들의 의무다.강건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