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참사 2주기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2년전 대구지하철참사 때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 서은정(당시 23세)씨를 가슴에 묻은 조기창(가명·26·북구 노원동)씨. 그는 참사 2주기를 앞두고 16일 오후 찾은 서씨의 묘(칠곡군 낙산리 시립묘지)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이제 아무도 없어요. 은정씨의 언니도 은정씨의 어머니도…."세 모녀의 무덤 앞에서 통곡한 그는 회한에 잠겼다.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그의 여자친구 은정씨와 언니 은경(당시 25세)씨 자매는 함께 운영하던 피아노학원에 가던 길이었다.슬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머니 김춘현(당시 49세)씨는 종교가 달랐던 두 자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매주 성당과 사찰을 찾았다. 그러던 그해 9월12일 밤 10시10분쯤, 경남 창녕의 한 사찰에 머물던 중 태풍 매미가 덮친 산사태로 두 딸이 있는 곳으로 갔다.
김씨를 장모같이 여기고 사찰까지 모시고 다니던 조씨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또다른 시련이었다. 그는 두 자매의 유류품을 모두 정리, 어머니 김씨를 두 자매 옆에 묻힐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어머니는 시립묘지 안치 조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
이후 매달 한두 차례 묘지를 찾아가 슬픔을 달랬다. 그는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은정씨와 언니, 어머니를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며 "그럴 땐 차리리 무덤 앞에 서 있는 것이 더 편안했다"고 흐느꼈다.
그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며 "두 자매에게는 생부와 의붓아버지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 사후 보상문제로 또 1년간 법정투쟁을 해야했다"고 기막힌 사연을 늘어놓았다.
두 자매의 생부는 이혼한 후 새 가정을 꾸리면서, 보상은 생모가 모두 받도록 포기각서를 써줬다. 하지만 전처 김씨가 갑작스레 숨지는 바람에 위로 보상금 전액이 의붓아버지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된 것. 이에 조씨는 "비록 이혼했지만 옛 부인과 두 딸을 아꼈던 생부도 보상받아야 마땅하다"며 끈질긴 법정투쟁 끝에 지난해 말 '보상금의 일부를 생부에게도 주라'는 민사합의 조정신청을 얻어냈다.
조씨는 이제 세 모녀의 무덤 앞에서 모든 걸 훌훌 털어버렸다. "더 이상 하늘을 원망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세 모녀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그리고 제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지켜보게 해 주세요."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조씨가 16일 찾은 세 모녀의 무덤 앞에서 2년간의 고통스런 나날과 기억들을 떨쳐 버리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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