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과라도 있어야 팔지"

입력 2005-02-17 09:37:26

수확량 줄어 거래값 급상승

"사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면 뭐합니까. 내다 팔 사과가 없는데…."

의성 옥산능금새마을금고 김치수(60) 이사장은 "산지 사과가격이 물량부족으로 7, 8년 이래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고공 비행을 계속하고 있으나, 정작 생산농가들은 물량이 없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사과 주산지인 의성동부농협에 따르면 이달 초 설 명절을 앞두고 출하된 산지 사과가격은 10kg 기준 26개들이 한 상자에 7만 원, 31개들이 6만 원, 31∼36개들이가 5만 원에 각각 출하됐다.

이 같은 사과값의 강세는 지난해 기상불순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 경북에서 사과 생산량 1, 2위를 다투는 의성 경우 겨울용 사과인 '후지'는 지난해 봄 서리로 인한 동·상해에다 여름 고온 등으로 인한 생육 저조로 생산량이 예년의 60% 정도인 3만t 에 그친 데다 이마저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16일 현재 농가들의 사과보유량은 전체의 15% 내외인 4천500t 정도이며, 산지 유통상인들의 보유량 역시 30% 9천t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예년 경우 산지 유통상인들의 보유량은 제쳐두고도 농가 보유량만 해도 80%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현상이다.

군위 사과재배단지인 부계면 동산리 팔공산능금마을도 지난해에는 기상불순으로 예년의 생산량 4천t에 크게 밑도는 수확량을 기록하면서 농가들이 보유한 사과는 일찍이 동이 난 상태.

부계면 동산1리 홍혈수(55) 이장은 "지난달 말 설 대목을 앞두고 주문전화가 폭주했지만 농가들이 보유 중인 사과가 동이 나 팔지를 못했다"면서 "가격은 크게 올라도 농가 전체로 보면 소득은 예년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고 했다.

이처럼 사과값이 연일 고공비행을 하고 있지만 정작 생산농가들은 되레 소득이 줄어들어 울상을 짓고 있다.

의성동부농협 권기창 조합장은 "지난해 3월부터 사과값이 7, 8년 이래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생산농가들이 엄청난 소득을 올린 것으로 밖에서는 보고 있지만, 실제 농가들은 영농비를 건지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군위·의성 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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