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정보 보호에 모범을 보여야할 공공기관의 홈페이지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면 정보화의 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길이 된다. 시민단체가 주요 공공기관 홈페이지 100곳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그런 우려는 증폭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청, 공정위, 교육인적자원부, 국군기무사령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방부, 국세청, 노동부, 대통령 경호실, 국회, 문화관광부, 법무부, 병무청, 보건복지부, 비상기획위원회, 재정경제부, 중앙선관위 등 한국을 움직이는 공공기관 34곳에서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것이다.
홈페이지 이용자들이 진정, 고소, 고발, 민원상담 등을 하면서 입력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가 그대로 방치돼 아무나 볼 수 있는 곳이 24곳이나 되고, 관리자 화면이 공개되거나 웹로봇을 이용해서 검색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다.
정보화 선진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정부, 공공기관의 인터넷 관리실태가 이 정도라면 정보화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인터넷의 편리성보다 개개인에 주는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자 정부를 만든다는 나라에서 본인 인식의 기본인 주민등록번호 하나를 국가기관에서 지켜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런 수준이라면 인터넷 해킹에 전혀 무방비한 것 아니냐, 국가 기밀인들 제대로 보전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도 들지 않을 수 없다.
개인 정보의 상업적 거래가 민간 차원의 문제로 대두되고 남의 개인 정보를 이용한 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민원인 1만여명의 개인정보를 12시간 동안 고스란히 노출시킨 사건도 있었다. 공공기관의 정보화 마인드를 재점검하기 바란다. 최소한 개인 정보 보호에선 민간을 선도해야 한다. 차제에 EBS가 공공기관 최초로 인터넷 사이트 회원 가입시 주민등록번호 기입을 폐지한 것을 시금석 삼아, 민관을 망라해서 인터넷에 주민등록번호 기입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을 조속히 실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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