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키' 대구로 돌린다

입력 2005-02-16 08:49:36

지방 록밴드 활성화 첫 단추

무거운 공기가 한국 대중음악을 감싸고 있다.

10만 장만 팔아도 밀리언셀러급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음반시장이 불황에 허덕이지만 멀어진 대중들의 관심은 돌아올 줄 모른다.

물량 중심의 음반 제작, 일부에 의해 독점되는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 기획 상품이 되어버린 가수와 음악, 일상화된 인터넷 파일 공유 등이 낳은 결과다.

이러한 현실은 비주류 음악인, 특히 지방의 인디밴드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앨범을 내고 공식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록밴드의 수는 100여 팀. 하지만 1천 장의 앨범만 팔려도 '대박'이라고 불리는 것이 현실이고, 밴드들끼리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공연 개런티는 이미 교통비 수준으로 내려간 지 오래다.

다른 도시에 비해 사정이 낫다는 대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디밴드들의 활동이 왕성했던 지난 2001년 6군데의 클럽에서 40여 개의 밴드가 활동했지만 불과 4년이 지난 현재 10여 개의 밴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해에 10여 팀이 명멸을 거듭할 정도로 인디밴드들의 수명이 짧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결성된 록밴드가 투핑거스, 포갓, 다이브 등 3개팀에 불과할 정도록 신생 밴드가 부쩍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1999년부터 활동해 온 록밴드 '아프리카'의 정현수 매니저는 "불황에 빠져있던 지난 2000년 초보다 요즘 상황이 더 안좋다"며 "반복되는 주기일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대구의 환경이 인디밴드들이 음반을 내고 공연하는 것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흩어져 있던 최근 대구의 록밴드들과 라이브 클럽, 무대·조명·음향 종사자들이 '대구록밴드연대'를 구성하고 함께 힘을 모으기로 해 관심을 끈다.

'아프리카', '십이지', '크랙', '제임스', '다이브' 등 5개 밴드와 음향·조명 전문가 2명, 라이브클럽 '라이브인디' 등 지역의 록음악 종사자들은 내달 19일 사단법인 '대구록밴드연대'를 창립하기로 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돈 텔 마마, 뉴크 등과 부산의 신디케이트 등도 준회원으로 동참하며 정통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과 블랙신드롬 등이 자문위원을 맡을 예정. 단순한 록 음악 종사자들의 모임이 아닌 사단법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음악인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10대 위주의 가요가 아닌,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대중들에게 돌려주고 서울로 편중된 대중음악의 추를 지방으로 돌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이들은 록 음악 연주인들이 생산력을 갖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적이며 수준 높은 록음악 활동으로 지역의 문화 다양성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대구록밴드연대'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록밴드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시민들과 함께하는 록 공연, 축제 기획 등의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또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음반 제작을 지원하고 문화 소외지를 찾아 주기적으로 록 공연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구록밴드연대'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지원을 받아 '제2회 두류록페스티벌'을 8월 27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개최한다.

이날 행사의 1부에서는 '고교 록 경연대회'의 결선 무대를 마련하고 2부에서는 블랙신드롬을 비롯해 전국에서 참가한 10여개 팀이 록 페스티벌을 열겠다는 것. 특히 일본의 록 밴드 2개팀을 초청해 국제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전충훈 음반제작사 'JUST' 대표는 "지난 수년간 '지방의 대중문화는 죽었다'는 자조섞인 한숨이 나올 정도로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대구록밴드연대는 대구의 록 음악 종사자를 대표한다는 의미보다는 다양한 대중들의 음악적 욕구를 채워주고 록의 중심지로서의 대구의 예전 명성을 되살리겠다는 시도"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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