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소재 영화 7편

입력 2005-02-16 08:49:36

핵 스크린 가두고픈 공포

최근 핵무기 보유라는 북한의 '폭탄' 선언으로 인해 교과서에서만 살던 핵전쟁이 현실세계로 뛰쳐나오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핵무기는 우리 국민 사이에서도 '인류 공멸을 앞당기는 암적인 존재'와 '자주국방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첨예하게 대립됐던 논란거리. 핵무기와 핵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핵무기는 인류 최악의 선물

'폭발점으로부터 1㎞ 반경 내에선 사악한 신(神)이 갑자기 화염을 집중적으로 퍼붓는 것 같았다.

이 지역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순간적으로 스러졌다.

꽃, 나무, 잔디 등 식물은 모두 고사했고 강철빔은 부글부글 끓었다.

숨 쉴 공기는 순식간에 불타 없어졌고, 노출된 사람들은 의식과 감각을 잃었으며, 서있는 채 새카만 숯으로 변했다.

'

영화 속 핵전쟁 풍경은 이 목격담이 표현하듯 하나같이 핵 피폭의 참상을 생생히 보여주려 애쓴다.

그 중 1983년 미국 ABC방송에서 제작한 '그날 이후'(니콜라스 메이어 감독)는 핵무기가 왜 인류 최악의 선물인지를 여과 없이 잘 나타냈다.

국내에서도 TV를 통해 전파를 탔던 이 영화는 당시 냉전에서 비롯된 핵전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단번에 날려버렸을 정도. 핵폭탄이 터지는 순간의 묘사와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극심한 고통은 무척 사실적이었고 뛰어났다.

호러 영화가 주는 허구의 공포보다 이 영화에서처럼 사실이 주는 공포가 더 극단적인 법. 핵무기의 파괴성과 비극성에 대해 간접 체험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제격이다.

벤 애플렉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썸 오브 올 피어스'(필 앨든 로빈슨 감독)도 미국 볼티모어 미식축구 경기장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이 압권인 영화. '공포의 총합' 정도로 번역될 영화제목처럼 감독은 전쟁 억제를 위해 개발된 핵폭탄이 인간사회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역설을 전면에 내세운다.

◇코미디에 숨겨진 핵전쟁의 참상

진지함만 있다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관객들에게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추천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3년)와 휴 윌슨 감독의 '브래스트 프롬 더 패스트'(1999년)가 눈에 띈다.

큐브릭 감독이 만든 인류 미래의 SF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인 '닥터 …'는 미국의 핵폭탄과 소련의 수소폭탄이 맞붙는 전쟁의 원인이 된 공군기지와 각료회의장, 그리고 핵폭탄을 싣고 가는 B52 폭격기 등 세 공간을 넘나들면서 영화의 주제의식을 일관되게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자신이 만든 기계에 의해 제어할 능력을 상실한 인류의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한 '닥터…'는 핵전쟁 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수작.

영화 '브래스트…'는 유머를 조금 더 집어넣었다.

미·소 냉전 시대에 미국의 한 가족이 비행기 추락 사고를 핵폭발 사고로 오인, 지하 낙진 대피소에서 생활하다 무려 35년이나 지난 후 지상으로 나오면서 겪는 이야기. 냉전을 소재로 꾸며낸 황당한 내용의 이 풍자 코미디는 핵전쟁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가볍고도 신랄한 농담을 퍼부을 수 있을까 고민한 재미있는 한 편의 코미디물이다.

◇화려한 액션과 함께

핵무기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최고의 협상용 무기다.

때문에 국제 테러리스트를 응징한다는 내용의 영화들은 대부분 핵무기를 단골메뉴로 삼는다.

조지 클루니·니콜 키드먼 주연의 '피스메이커'(미미 레더 감독)와 존 트라볼타·크리스찬 슬레이터 주연의 '브로큰 애로우'(오우삼 감독)는 사라진 핵폭탄을 찾아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대결이 볼 만한 영화이다.

터미네이터의 명장 제임스 카메론과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다시 만나 1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투하해 빚어낸 '트루 라이즈'도 핵무기를 둘러싼 미국의 비밀첩보요원과 테러집단의 대결을 화려한 스펙터클로 버무린 전형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후반부, 핵폭탄이 먼 바다에서 폭발하는 장면은 핵무기가 낳는 참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