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이석현 의원이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 원고에서 헌법재판소 폐지론을 펴고 나선 건 한마디로 3권 분립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무지의 소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당 지도부의 만류로 실제 질문에선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명색 3선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위헌적(違憲的) 발상을 할 수 있는지, 법의식(法意識)에 문제가 많다.
헌재(憲裁)는 엄연한 헌법기관이자 입법부와 동등한 지위인 사법부의 한 축으로 폐지를 하자면 개헌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기본 인식조차 없는지, 아무리 면책특권이 부여된 국회의원이라 해도 이렇게 사법부를 모독하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더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안을 기각했을 땐 격찬하더니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국보법 폐지안에 대해 위헌 결정이나 반대를 했다고 이렇게 마구잡이로 매도하는 건 이율배반적 발상이다. 문제는 비단 이 의원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내의 상당수 소장 강경파 의원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이런 법의식을 가지고 어찌 국정을 바로 이끌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만약 헌재나 법관들이 국회의 입법 내용이 잘못됐다면서 '국회 폐지론'을 들고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대한민국 여당 의원의 의식이 이렇게도 유치한 수준밖에 안 되는지, 외국 사람 보기 부끄럽고 민망하기 짝이 없다. 헌재나 대법원도 침묵으로만 일관할 게 아니라 공식 입장을 내놓고 사과를 요구하는 게 3권 분립 정신을 살리는 길이다. 또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부 개혁도 이런 대립 상황에선 바로 될 수가 없다. 이건 숫제 사법부를 여당 입맛대로 손보자는 협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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