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엔 눈물대신 웃음 "걱정 마세요"
"엄마 아빠 손 잡고 가는 친구들 모습을 보면 부럽지만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 아빠가 지켜 본다고 생각하면 힘이 나요."
대구 지하철참사 당시 희생된 박정순(당시 32세)씨의 삼남매, 엄수미(10.초교 3년)양과 난영(8.초교 1년)양, 막내 동규(6)군. 삼남매는 할머니 황정자(62)씨와 사고 뒤 지역민들로 이뤄진 후원회의 따뜻한 관심 속에 구김 없이 자라고 있다. 15일 등굣길에서 만난 수미와 난영은 밝은 표정이었다.
남편과 사별 뒤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대구의 요리학원을 다니던 박씨가 지하철에서 참변을 당한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2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삼남매가 아픔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아요." 이들 남매의 보호자격인 영천시 화남면 사회복지사 손선미(38)씨는 "사고 뒤 한동안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슬픔에 말 수가 없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배려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면서 "지난해 유치원에 들어간 동규도 키가 훌쩍 커졌다"고 말했다.
"가끔 막내 동규가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칭얼대기라도 하면 맏이인 수미가 '엄마, 아빠는 착한 일을 많이 해서 하늘나라에 가셨다'며 동규를 달래기도 한다"고 손선미씨는 전했다.
난영이의 담임인 설경임 선생님은 "난영이가 지난해 입학했을 때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허둥댔으나 요즘 들어서는 스스로 알아서 할만큼 의젓해 졌다"면서 "엄마가 없어 너무 일찍 철이 든 것 같아 안쓰럽지만 최근에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맏이 수미양의 담임인 권동환 선생님은 "수미가 '어른이 되면 훌륭한 선생님이 되겠다'며 명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의젓해진 수미양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후원회원인 지곡초교 김상보 교장은 "수미는 학교에서 반장에 뽑히는 등 인기 만점"이라며 "이들이 별탈 없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마을 전체가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영천·이채수기자cslee@imaeil.com
사진설명 : 15일 등교길에서 만난 수미양 삼남매. 오른쪽이 수미, 왼쪽이 난영이. 가운데 동규가 걸터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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