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원구 1리 경로당

입력 2005-02-15 08:59:48

'진짜 원로들'의 사랑방

둔덕진 곳에 마을과 들판이 위치했다 해서 이름 붙여진 영덕군 영해면 원구(元丘)1리. 영해에서 창수 가는 길 중간에 있는 이 마을은 우선 전체 외관이 편안하다.

영양 남씨, 무안 박씨, 대흥 백씨 등 3개 성 문중이 114가구 중 80%를 차지하는 이 마을은 중간 중간에 있는 고가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부락임을 알게 한다.

마을 안으로 발을 들여 놓으면 따뜻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박용대(72) 할아버지는 "우리 마을 경로당 회원들의 연중 최대 행사는 마을 청소"라면서 "여기에서 태어나 평생 살았고, 앞으로 묻힐 터전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겨울철에는 경로당이 놀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는 백순호(74) 원구1리 경로회장은 "요즘은 남자 회원 27명 중 20여 명 정도는 매일 원구1리 경로당에 나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부터 자식들의 성공담, 자신들의 애환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곧 있을 영덕군수 보궐선거도 요즘에는 빼놓을 수 없는 단골 토론 소재다.

"할머니 회원들이 63명이나 된다는데 왜 보이지 않지요?

"우리 마을 경우 설날부터 동제를 지내는 보름 전까지는 가급적 여자들의 바깥 출입을 삼가고 있기 때문이야. 아직까지는 지켜지는 마을의 전통이지."

백 회장은 "원구1리는 현대와 과거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 마을에 사는 경로회원들은 90명. 나이만 갖고 동민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수준 이하라며 평소 행동으로 계도한다는 철저한 기준을 지키고 있다.

간혹 치는 고스톱 경우 점당 100원을 넘지 않아야 하며, 시간 나는 대로 마을 길을 청소하고, 불우이웃을 위해 십시일반 봉사를 아끼지 않는 것.

다른 마을보다 이 마을의 풍광이 깨끗한 것은 경로회원들의 땀과 무관치 않다.

또한 방학이면 학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치고, 여름이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직접 농사의 현장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직접 휠체어에 모시고 들판을 돈다.

느타리버섯 공동작업 등을 통해 번 수입으로 연중 5회에 걸쳐 온천관광을 다녀오기도 해 다른 경로당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같은 모범적인 운영이 인정돼 원구1리 경로당은 지난 연말 경북도로부터 우수 모범 경로당으로 선정돼 상장과 부상을 받았다.

경로당 회원들과 동민 간 의사소통도 원활하다.

마을 청년회는 어른들이 더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경로당 보일러를 보수해주는가 하면 1천만 원을 들여 현대식 화장실을 건축해 주고 매년 겨울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다.

박종덕(73) 원구1리 경로회 총무는 "경로당을 지을 때 동민들과 출향인사들이 4천여만 원을 갹출해 주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경로회원들은 그들의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솔선수범을 행동과 몸으로 보여주자고 수시로 다짐하곤 한다"고 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사진: 영덕 원구1리 경로당 회원들이 붓글씨 쓰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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