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비는 농촌-(3)인구늘리기 그 길은

입력 2005-02-14 14:08:05

"자연경관 자원화 도시민 솔깃할 정책을"

전문가들은 인구 늘리기에는 '분명 길이 있다'고 말하면서 그 대안으로 귀농, 테마 마을, 그린 투어리즘 등을 제안했다.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장우환 교수는 "일본은 가구당 1억 엔을 보조하고 무상 임대주택까지 제공해 귀농을 장려하고 있다"며 "정부도 귀농 가구의 영농자금, 보금자리, 교육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유병규 박사는 "퇴직자촌, 예술가촌, 장수촌, 동호인촌 등 테마마을 조성도 인구늘리기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유 박사는 "농촌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추진하는 고전적 출산장려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귀농, 테마마을 등을 통해 사람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

장우환 교수는 "전통 농업소득의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활성화하는 그린 투어리즘이 대안이 될 수있다"며 "그린 투어리즘은 물, 공기, 산림 등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관광자원화해 제3의 소득을 올리는 농촌 살리기 운동"이라고 말했다.

◇청송 안덕 한농복구회

청송군 안덕면 노래리에는 3개 자연부락이 다시 생겼다.

노래리의 돌나라 한농복구회는 경북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귀농마을이다.

한농복구회는 상노래, 신노래, 새노래 등 3개 자연부락에 330여 명의 귀농들이 옹기종기 모여 농촌을 열고 있다.

복구회는 귀농 첫해인 지난 1994년 '병든 땅을 회복하고, 피폐된 농촌을 살리자'는 한뜻으로 10가구, 20여 명이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땅을 일구고, 곡식을 심고, 채소를 재배하면서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갔다.

해가 갈수록 성공사례가 주변에 알려지면서 서울, 전라, 강원도는 물론 인근의 의성, 군위 등지에서도 '식구'들이 몰려 들었다.

마을에 가장 먼저 정착한 이수찬 농재(농사 총책임자)는 "농사를 짓다 온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도시에서 직장이나 자영업을 그만두고 온 사람"이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위로하면서 땀 흘리다 보니 이젠 남 부럽지 않은 농촌의 공동체 마을을 만들었다"고 했다.

복구회 주민들은 유기 농산물 농장과 저장 시설, 빵 공장, 컬러강판 공장 등을 갖고 있다.

특히 유기 농산물은 전국에서도 품질 좋기로 이름나 있다.

모듬쌈채, 밀, 무, 감자, 나무 두릅, 케일, 야콘, 옥수수, 상추, 은행 등 유기인증 농산물만 22개나 된다.

농약을 하나도 쓰지 않고 1천 평이 넘는 3개 퇴비장에서 직접 기른 퇴비로 유기 농산물을 생산해 국내 주요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등에 농산물을 내놓고 있다.

주민들의 노력은 지난 2002년과 2004년 2회 연속 전국 친환경 최우수 마을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또 자신들이 직접 수확한 밀로 만든 빵도 점차 판로를 넓히고 있고, 지붕 등에 쓰이는 컬러 강판도 주민들의 새 소득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주민들은 농번기 때 노인들만 남은 인근 마을의 일손 부족도 해결해 주는 등 이웃과의 '더불어 삶'도 실천하고 있다.

이수찬 농재는 "농촌도 농민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 소득원을 개발하고 자급자족의 풍족한 마을을 일군다면 더 이상 가난한 곳이 아닌 부유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예천 상리 독죽마을

도시에서 살던 조경신(51)씨는 2003년 초 경북 산간 오지마을에 새 둥지를 틀었다.

포도밭을 조성한 조씨는 최근 첫 수확을 끝내고 시험재배한 20박스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조씨가 정착한 마을은 예천군 상리면 가리재. 일명 독죽마을이다.

폭 2m 산길을 따라 700m쯤 올라가야 하는 이곳은 오지 중의 오지라 이미 1970년대부터 텅 비어 있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 독죽마을에는 조씨를 시작으로 벌써 5가구, 20여 명이 귀농했다.

목사, 사업가, 학원강사 등 귀농민 모두가 도시에서 살던 '현대인'이었다.

이들은 왜 이런 벽지에서 새 인생을 설계하고 있을까.

"하루하루 숨가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2003년 11월 이곳으로 귀농한 장영국(41), 김미숙(39)씨 부부는 "모든 욕심을 버리고 흙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이곳 주민들은 올해부터 복분자단지 2천여 평을 함께 경작할 계획이다.

3월엔 1가구가 더 입주해 식구도 늘어난다.

"이웃끼리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모여 정을 나눕니다.

맛있는 음식은 꼭 돌려 먹고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언제나 함께죠."

적막했던 산골마을은 다시 활기를 찾고 있었다.

◇영양여고

학생들에게 교육을 보장해 주면 떠나는 농촌이 아닌,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 수 있다.

경북 북부의 오지에 있는 영양여고가 바로 이 경우다.

올 대입 수능에서 서울대에 3명이 합격했고, 연세대 등 서울 소재 대학에도 10여 명이 합격했다.

4년제 대학 합격률만 85%를 넘는다.

정원이 100명에 불과한 오지 학교에서 거둔 성과로는 괄목할 만한 것. 학교는 1971년 개교 후 4년 전까지만 해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똑똑한 학생'도 안동, 포항 등지의 잘 나가는 학교로 '유학'을 가버렸다.

학교가 달라지기 시작한 때는 2001년부터. 200명 수용의 기숙사와 300평의 도서관, 체육관 등을 갖췄고, 우수 교사를 스카우트해 도시 못지 않은 공교육을 실시했기 때문.

'공부하기 좋은 학교'로 만든 성과는 곧바로 나타나 지난 4년 동안 매년 20~30명이 정원을 초과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외지로 엄마 아빠와 함께 떠났던 우수 학생도 되돌아왔고 타 시·도의 우수 학생도 영양여고로 몰리고 있다는 것. 재학생의 출신 중학교를 보면 군내 5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33개교는 모두 타 시·군에 있는 학교라고 했다.

박순복 교장은 "교사들 대부분이 영양에 주소를 두고 있고, 지난해부턴 우리 학교에 오기 위해 영양으로 주소를 옮기는 학부모들도 있다"며 "오지라 해도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 기회를 주면 인구 외부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 인구유입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했다.

◇강원 화천 토고미 마을

'체험을 파는 마을'로 유명한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의 '토고미 마을'은 농촌에 '경제'를 주고 있다.

바로 '그린 투어리즘'이다

토고미 마을은 휴전선 인근의 오지마을이었지만 1999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은 농산물이 아니라 체험을 팔기 시작한 것.

주민들은 냉이와 쑥 등 봄나물 캐기, 물고기와 다슬기 잡기, 허수아비 만들기, 콩서리하기, 소달구지 타기 등 농촌 자연과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체험 거점은 '토고미 자연학교'. 마을 내 폐교를 리모델링했다.

도시민과 함께 농산물을 나눠 먹는 '나눔 농사가족' 회원 시스템도 유명하다.

도시회원을 모집해 개인당 3만 원의 회비를 받고 그 돈으로 오리를 사서 논에 풀어 농사를 지은 뒤 매년 추석마다 무공해 오리쌀 한 말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매년 6월 6일은 도시회원과 토고미 주민들이 만나는 날. 새로운 가족 소개, 논에 오리 넣기, 가마니 치기, 굴렁쇠 굴리기, 황토염색 등 다채로운 행사도 벌인다

현재 주민들은 마을 브랜드 작업에 돌입했다.

광목과 한지로 포장한 4㎏짜리 '토고미 오리쌀'을 개발한 것. 주민들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 토고미 2031'이라는 30년 계획을 수립해 더 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기획탐사팀=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설명 : 청송군 안덕면 노래리 한농복구회 마을 주민들이 자신들이 직접 수확한 밀로 만든 빵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귀농 첫해인 1994년 20명에 불과했던 주민 수가 전국 친환경 최우수마을 대통령 표창을 2회 연속 수상하는 등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현재 300명을 넘어섰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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